일상/추억의 그림자

다음 명절에는......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0. 2. 07:00

 

 

추석 연휴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갔겠지요?

우리도 추석 차례를 무사히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2대 독자인 남편이라 추석이라해도 차례를 지내러 올 친척이 없기 때문에

늘 우리 내외와 어머님 그리고 아이들이 전부지요.

항상 명절이면 적적하다 싶지만 

올 추석에는 아들이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서

그 적적한 마음은 훨씬 컸지요.

 

 

 

 

 

결혼을 한 지 어느덧 30여 년.

추석과 설 차례를 지낸지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네요.

결혼을 한 초기에는 이미 돌아가신 시조부님 한 분을 모셨지만

어느덧 시조모님과 아버님까지 세분을 모시게 되었네요.

늘 차례를 지낼 때면 뵙지 못한 시조부님보다는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던 시조모님과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만들게 되어 시조부님께는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살아생전에 정을 나눠던 분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매번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을 사진으로 남겨보리라 다짐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촬영할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보내고 하지요.

올 추석에도 다짐에 다짐을 했지만 역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다 차려놓고 나서나 사진을 찍었어요.

이럴 때면 요리블로거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요.

 

 

 

 

추석에는 햇과일과 햇곡식을 조상님께 올리는 날이지요.

우리도 밤과 대추, 감과 배, 사과 등 햇과일을 준비하고

 햅쌀로 메도 짓고 송편도 빚었지요.

어머님이 직접 기른 풋양대와 풋밤으로 속을 넣어 만들었어요.

송편 피는 햅쌀을 빻아서 쑥가루와 치자물, 포도즙으로 색을 내었더니 어머님께서도 좋아하시네요.

어머님이 좋아하시니 시조모님이나 시아버님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기쁘네요.

 

 

 

 

올 추석은 하나 뿐인 아들이 직장 일로 집에 오지 못해서 남자라고는 남편이 혼자 차례를 모시네요.

남편을 도와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제가 하고 상에 올리는 것은 작은 딸이 했어요.

이런 때는 아들이 서너명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러나 아들이 많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을 여자들인 우리가 하는 것도 좀 뿌듯하네요.

유교예법이 모든 게 장자 중심인 것인데 이젠 세월따라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나서  모든 제기들을 제자리에 정리했어요.

다음 제사까지 휴식에 들어갈 그들,

 우리집의 가풍을 이어주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명절이면 친정에 오는 시누이들은 가장 큰 손님이지요.

저는 이제 나이들어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내집에 있는 게 훨씬 편안한데

시누이들은 아직 친정에 오는 게 즐거운 모양이네요.

 

 

 

큰 시누이와 작은시누이 내외가 조카들을 데리고 어머님을 뵈러 와서 하룻밤을 묵어가고,

막내딸까지 돌아가고 나니 

시끌벅적하던 집안이 다시 조용해진 일상으로 돌아왔지요.

 

 

 

 

지난 밤 시누이들의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내던 살아가는 이야기,

또 어릴 적 두 시누이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행복했던  이야기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던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그들은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떠나고

저는 집안 일을 하면서 적적함을 달래 보네요.

 

 

 

 

우리 가족들 이제 올 추석은 추억 속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열심히 살다가

다음 명절 밤에도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웃음소리로 가득한 밤이길 빌어봅니다.

 

특히 이번 추석에 집에 오지 못한 우리아들  건강하고,

 일터에서 행복하길 빌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