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오손도손 노년을 즐기시는 형님댁을 엉겹결에 다녀와서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3. 29. 06:56

 

 

이른 여름 날씨라고 해도 될만큼  따뜻했던  어제는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했지요.

점심을 먹고 구봉산이라도 다녀올려고 집을 나서서 구봉산 쪽으로 가다가

대문이 열려있는 집 안을 들여다보다 보니 너무도 정겨워 사진을 담았지요.

 

 

 

크고 화려한 집은 아니지만

가지런하게 잘라 쌓아놓은 장작더미와 깨끗하게 닦아놓은 솥이 있는 마당,

작은 텃밭에는 푸성귀가 자라고 

햇살 따스한 마당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는 노부부가 있는 풍경

나이 들어 이런 풍경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것 또한 행복이다 싶어 대문을 넘어 들어가 봤지요.

 

 

 

 

들어가면서 정갈하게 닦아놓은 가마솥을 다시 한 번 담아보네요.

안주인의 살림솜씨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솥 하나로 알 수가 있었지요.

그렇게 따스함이 풍기는 집을 들어서서 어른들과 마주하고 보니 이런 무심한 사람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랐지 뭡니까?

이 두분은 집안 형님 내외분이셨거든요.

제가 얼떨결에

"형님요 절씨더."

라고 말하니

형님은

"누구이껴? 검침하러 왔니껴?"

라고 말씀하시네요.

 

 

 

예전에 시할머님이 살아계실 때는 열 촌이 넘어도 가까운 집안처럼 다녔지만

할머님도 돌아가시고 아버님마저 세상을 뜨신지 10 년이 가까워오니 이 어른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무심결에 만나니 서로 잘 알아보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그렇습니다.

같은 읍내에 살면서도 얼마나 왕래를 하지 않았으면

저는 형님이 사시는 댁도 모르고

아무리 모자를 썼다고는 하나

형님은 동서의 얼굴도 얼른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가까운 친척도 점점 멀리하고

자기 가족만 챙기기에 급급한 현실이 이렇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씁슬하네요.

앞으로는 시간 날 때마다 형님댁을 들려야겠어요.

넉넉잖은 살림에 7남매 길러서 결혼시키고

8순이 넘은 연세에도 살림을 얼음알같이 깔끔하게 하시는 형님,

무심결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도 넉넉한 인심으로 환하게 맞이하시는 형님내외분,

아주버님의 건강을 위해 돼지감자를 열심히 썰어 말리는 형님내외분의 따뜻한 노년의 사랑법도 배워야겠네요.

'일상 > 추억의 그림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정원이......  (0) 2013.05.29
인생의 길잡이는.....  (0) 2013.04.03
봄을 몸 안 가득히  (0) 2013.03.17
바람 부는 봄날에 서해로 간 따스한 가족 나들이  (0) 2013.03.11
봄이 오는 길목에서  (0) 201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