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봄을 몸 안 가득히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3. 17. 10:06

 

 

지난 금요일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에 남편과 함께 광명시 옥길동으로 봄 나물을 뜯으러 갔습니다.

들로 나가보니 봄은 벌써 우리 속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었네요.

냉이가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머잖아 꽃을 피울 것 같네요.

시장에는  벌써부터 봄나물이 지천이었지만 그 건 남쪽 지방에서 캔 것으로만 알았는데....

 

 

 

 

두길리삼거리를 지나 들어간 햇살 쏟아지는 두길리는 봄 느낌이 물씬합니다.

지난 가을을 담고 있는 목을 길게 뺀 마른 해바라기도

지난 겨울을 고스란히 이고 있는 개똥쑥도

이른 봄날의 늦은 오후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네요.

 

 

 

 

 

 

 

 

블럭담을 따라 올라가는 담쟁이도 벌써 옅은 봄빛을 띠고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머잖아 옅은 녹색의 새순이 뽀족거릴 것 같아 바라보는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렇게 옥길동의 봄을 느끼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며

제 몸까지 따뜻해지며 밭으로 들어가 보네요.

 

 

 

 

 

 

 

도심에서 십 분 거리지만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한

옥길동 밭에는 벌써 냉이가 이렇게 크게 자랐네요.

열흘 전만해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봄은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멀리 보내고 쑥쑥 자라고 있네요.

 

 

 

 

 

 

 

오랫만에 들로 나온 우리집 남자도 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비록 옅은 색깔의 부리가 짧은 것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냉이를 캐서 흙을 툭툭 털어내고 다듬어 담는 모습은

영락없는 예전 나물 캐는 아가씨의 모습이네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캤을까 싶은데 집에 돌아와서 씻어 보니

이렇게 제법 큰 양푼이에 가득하네요.

양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두 내외가 다듬는데 만도 두 시간이 걸렸네요.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인물이 훤한 냉이를 보며 우리 남편

"돈 주고 사면 만원은 넘겠다."

고 하면서 처음으로 캔 냉이가 너무 신기한 모양이네요.

 

 

 

 

 

봄 냄새 가득한 들에서 직접 캐 온 것이니 얼른 반찬을 만들어야지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깨끗하게 씻은 다음

 

 

 

 

의성 육 쪽 마늘 듬뿍 빻아 넣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렸네요.

 

 

 

입 안으로 스며드는 진한 냉이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지만

이 것 한 가지로 만족할 수 없지요.

 

 

 

무를 채 썰어 넣고 국을 끓일려고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를 했지요.

 

 

 

 

생콩가루를 묻혀 따림이 국을 끓여 먹을려고요.

 

 

 

 

따림이 국

 

 

우리 경상도 지방에서는 넓은 평야가 있는 지방이 아니고 산이 많은 곳이라 논보다는 밭이 많았지요.

그래서 예전부터 밭에서 나는 곡식이나 야채를 식재료로 많이 썼지요.

밭에서 나는 곡식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콩은 메주를 쒀서 된장을 만들기도 하고

두부도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생으로 빻아서 콩가루를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요.

고기가 귀하던 시절 생콩가루는 우리들의 주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품이었지요.

칼국수를 밀가루와 섞어 만들어 먹기도 하고,

콩죽을 끓여 먹기도 하고,

시래기도 삶아서 콩가루를 묻혀 국을 끓여 먹기도 하였지요.

그러니까 모든 야채들은 콩가루를 묻혀서 국을 끓이거나 찜을 해서 먹었지요.

 

그렇게 콩가루를 묻혀서 끓이는  국의 이름을 따림이 국이라고 했지요.

아마도 푹 달인다고 그렇게 불렀던 것 같네요.

 

 

 

 

 

 

 

냉이 따림이 국은 무 채를 먼저 넣고 팔팔 끓으면 콩가루 묻힌 냉이를 넣어야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끓일 수 있지요.

그래야 옷을 입힌 콩가루도 벗어지지 않고요.

그렇게 뭉긋하게 한 십분 정도를 끓여 내니

 

 

 

요런 깔끔하고 맛나는 냉이 따림이 국이 되었네요.

한 숟가락 먹어보니 입 안으로 스며 부드러운 맛과 향이 에술이네요.

봄이 온 봄 안으로 가득하게 들어오는 느낌이네요.

 

 

 

그 향긋한 봄내음을 우리만 느끼기가 아까워 오늘 만나는 친구에게 선물할려고 가지고 나갑니다.

냉이 향이 우정을 타고 흐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