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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고 품격있는 또바기 독서회 문학기행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5. 24. 06:44


 



어제는 광명시 중앙도서관 또바기 독서회원들을 따라  

철원 제2땅굴과 화천 이외수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가끔씩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여행처럼 넉넉하고 품격있는 여행은 처음이라 글 올립니다.

 

 

 

 

 

 

요즈음은 눈이 어둡다는 핑계로 책도 제대로 읽지 않는  제가

이 문학기행을 따라 간 것은

'또바기 독서회' 회원이기도한 글 잘 쓰는 

시민필진 제리님의 권유 때문이었지요.

 

그럼 먼저 이 '또바기 독서회' 에 대해 알아보고 갈까요.

 

요런 뜻을 지닌 '또바기 독서회'

광명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화행사 프로그램으로

광명시에 거주하는 성인 남, 여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으며,

연간 도서목록을 선정하여 독서를 한 후

매월 2,4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

중앙도서관에 모여 토론을 하며, 문학기행, 문집발간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는 독서 동아립니다.

 

 

 

 오전 7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중앙도서관에서 출발한 우리가

첫 번째 여행코스인 철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른 시간대라 아직 걷히지 않은 안개 너머로

모내기를 한 논이며 오월의 푸릇한 싱그러움이 넘치는 나무들로

회원들의 기행문에서 감성있는 글이 줄줄 나올 것 같은 

즐겁고 행복한 길이었지요.

 

 

 

 

 

그 행복한 길을 가는 회원들이 심심하지 말라고

중앙도서관 '또바기 독서회' 회장단에서 마련한  간식은

 관광버스에서 먹는 간식이라고  말하면

실례가 될 것 같은 푸짐한 것이었지요.

아침밥 대용으로 마련한 따스한 떡에다 바나나,

과자에 오렌지,  음료수는 기본이었습니다.

한참을 걸어야하는 철원에 있는

제2땅굴을 걷고 나와서 먹으라고 준 오이와 시원한 얼음물,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

오후 간식으로 준비한 머핀,

거기까지만 해도 대단하다 싶은데

동굴을 다녀와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물수건까지 준비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회장단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점심은 영양돌솥밥으로 배불리 먹었지요.


 

 

 

 

 

어디 그런 것만 가지고 제가

 '또바기 독서회' 문학기행을 품격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를 가득 메운

회원들에게 한 장씩 건네준 이외수작가의 시나

 소설에서 차용한 명문들을 차안에서 낭송하는 회원들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처음 이런 여행을 해보는 저에게는

너무도 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때론 떨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우렁찬 목소리로

때로는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때론 사랑스런 목소리로

때로는 슬픈 목소리로

글을 읽고 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않았었지만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저도

돼지 목따는 소리로 시를 한 편 읽었지요.

 

 

 

 

 

 

5월

        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이 불면

허기진 시절을 흔들리는

기억의 수풀

시간은 소멸하지 않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다가오는 날들도 생각하지 말자

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

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그 아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는 모습

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배우나니

                                                                                        -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에서 -

 

 

 

 

 

 

감동스러웠던 것은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외수'란 단어로 펼쳐진 삼행시 경연에서는

 광명 문학도들의 톡톡튀는 감성에 감동스러웠지요.

초등학생에서 70대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만큼이나 다양한 삼행시들에 

감상에 젖기도 하고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지요.

특히 대상을 탄 이 삼행시

이 : 이외수는

외 : 외간 남자다.

수 : 수염 기른 외간 남자다.

에서 우리 모두 까르륵 넘어갔지요.

 

 

 

 

 

오며가며 심심하다 싶으면 이외수씨의 작품이나

넌센스 퀴즈로 선물도 주는 '또바기 독서회' 문학기행은

함께한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시간들이 있어서

저까지 품격이 높아진 행복한 나들이였습니다.

'매달 있어도 참석하여 그들의 감성을 배우고 싶다.'

는 생각을 하며 출발 할 때 동녁하늘을 달구던 해가

서녁하늘을 기웃거릴 때야  광명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