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모곡

어매가 하던 방식대로.....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0. 25. 06:38

 

 

어제는 온종일 목화솜으로 만든 요의 호청을 빨아 

먹여 밟고 손질하느라  

하루 해가 짧다 싶으리만치  눈코 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시집 올 때  어매가 만들어준 목화솜 요 호청을 빨아 손질하는 걸

어매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하다보니 어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사를 가려고 이불장을 열어보니

어머님 이부자리와 우리 이부자리가 뒤섞여있네요.

제가 시집 올 때 시부모님 예단으로

만들어 온 요에 때가 많이 낀 채로 우리 농에 들어있네요.

그런 걸 어머님 농에 그냥 살짝 넣어두기도 그렇고 해서

빨아야겠다고 호청을 뜯어 보니

솜을 싼 속싸개까지 때가 많이 묻었네요.

며느리가 시집 올 때 해가지고 와서 아끼느라 자주 사용하지 않고

가끔 사용하다 보니 더러워진 것을 몰랐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속통까지 빠는 큰일을 시작했습니다.

 

 

 

 

 

 

 

 

솜을 속싸개에서 분리해서 짜랑짜랑한 가을 볕에 말려놓고

호청과 속싸개는 빨기 시작했습니다.

솜을 호청과 분리했는데도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 들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솜은 다음에 내려와서 의성장날 솜을 다시 타서

요 두 개를 만들어야겠다고 말려서 넣어놓았습니다.

 

 

 

 

 

 

 

 

 

무거운 요 솜을 드다리다 보니 어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결혼을 한 30 여 년 전만해도

시부모님 이부자리 솜을 두둑하게 놓아야

시부모님을 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매는 몇 년을 농사 지은 목화를 모아 두었다가

제 혼사가 결정나고 읍내에 있는 솜틀집에 가서 솜을 타서

우리 부부 이부자리와 시부모님 이부자리를 만들었지요.

 

 

 

 

 

 

 

 

봄에 심은 목화는 여름에 화사한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지요.

열매가 영글고 목화잎이 떨어지는 겨울의 초입에

목화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양지바른 뒷산 비탈진 곳에 널어놓으면

목화꼬투리가 툭툭 벌어지면서 하얀 목화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지요.

그들이 그렇게 얼굴을 내밀어도 어매는 그 목화를 빼낼 수가 없었지요.

아직 바심을 할 곡식들이 많았거든요.

바심을 끝낸 곡식들을 뒤주나 독에  저장하고 나면 

목화솜을 빼내는 일은 언제나 겨울이 깊어질 때 쯤이었지요.

 

 

 

 

 

 

 

그 때 겨울은 왜 그리 추웠던지....

어매는 일 년 내내 들일과 살림을 함께하느라

손 끝이 툭툭 터져있어서

꼬투리에서 목화를 발라낼 때마다 손끝에 솜이 묻어나와서

연신 손에 침을 묻혀가면서 빼내었지요.

손이 시려서도 침을 묻히고

목화를 발라내기 위해서도 침을 묻히며 일하시던 어매는

저 세상으로 가신 지 벌써 십 년이 까까워오는데

어매가 만든 이부자리는 이렇게 멀쩡하게 남아 있네요.

 

 

 

 

 

 

지금 보면 알록달록 까치 양단 거죽에  흰 광목으로 만든 호청인 요.

지금 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지만

저는 어머님이 돌아가셔도 이 요를 버리지 못할 것 같네요.

요를 버리는 날에는 어매에 관한 추억 하나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어매가 하던 풀 먹인 호청을 적당하게 풀 꾸덕꾸덕하게 마르면

밟기 전에 둘이 마주 잡고 당기는 사진이 없네요.

남편과 둘이 하다보니 사진을 찍는다는 걸 깜빡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