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모곡

어머님의 인생처럼 어머님의 가을도 점점 깊어갑니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0. 31. 06:48

 

 

한 해 동안 어머님의 텃밭 농사는 우리집 난간에서  그 몸을 뜨겁게 달구고 갈무리 됩니다.

여름의 끝자락부터 따기 시작한 붉게 익은 고추를 시작으로

행여 한 알이라도 떨어질세라 벌어진 참깨 꼬투리를 따고

줄양대도 익을 때마다 한 꼬투리씩 따서 모으고

익은 녹두 꼬투리도 하나씩 땄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는 대추도 따서 말리고

얼마되지 않는 콩가지도 익은 것부터 한 가지씩 꺽어다가 방망이로 톡톡 두드려서 알콩으로 만듭니다.

그런 어머님의 뜰에 저도 힘을 보탭니다.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주워온 은행과 산수유로 말입니다.

이제 어머님의 가을 걷이는 배추와 무만 남았습니다.

 

 

 

 

 

"노는 건 일삼아 놀고 일은 새치기로 한다."고 하시는 어머님은

그렇게 하나씩 둘씩 가을을 따서 모으시면서 깊은 가을로 들어가십니다.

 

따사로운 어머님의 익은 가을을 보면서 저는 빌어봅니다.

'지금처럼 아침 일찍 일하시고 경로당에 가서 하루종일 노시고,

해가 늬엿늬엿할 때면 돌아오시다가 또 일하시는 모습이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이길 말입니다.'

'어머님이 늘 말씀하시듯

"자는 잠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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