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모곡

햇살 뜨거운 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5. 30. 14:23

 

 

 

 

 

9남매를 키우던 어매는

길쌈과 바쁜 들일로 빨래를 날마다 할 수 없었다.

 

바쁘게 일을 하는 사이사이 틈이 생기면

모아두었던 빨래를 한꺼번에 하니

많던 식구에 비해 턱없이 짧았던 빨랫줄에는

모두 다 널 수가 없어

집 주변의 가시넝쿨 위나

솔가지와 수숫대로 엮어 만든 울타리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빨래를 널어 놓았다.

 

그  모습이 

때로는 어느 화가의  그림 같기도 하여

어린 마음에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특히 가을 날 해질무렵

 널어놓은 옷가지들이

길게 그림자 드리운 빨래줄의 모습은 

학교에 갔다 돌아왔을 때

어매가 없어도 허전하지 않은

내 마음의 어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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