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몸에 좋은 거친 음식

곤짠지는 ' 조밭 무시 갓골'이 최고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1. 25. 15:19

 

우리 경상도 말에
'조밭 무시(무) 갓골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오종종하고 못 생기고 초라해보일 때에 빗대어 하는 말이지요.
거기다가 언행까지 불량하면
"생긴 건 조밭 무시 갓골같이 생긴 게 꼴갑하네."
라고 하고요.

 

그렇잖아요.
넓다란 밭에 무를 따로 심은 것도 아니고 조밭에 곁들여 심었으니 토양이 좋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고
그것도 밭 중심에 있는 골에 심은 것도 아니라 맨 가장자리에 있는 골에 심은 무니 그 몰골이 상상만해도 꾀죄죄하고 못난 것은 뻔한 일이잖아요.

 

 




그런 작고 못 생긴 무가 쓸 데가 있은니 곤짠지(무말랭이)를 만드는 재료로는 최고의 무지요.
우리 어머님은 곤짠지를 썰어 말릴 때는 너무 크고 굵은 무는 맛이 없으니 언제나 어른 주먹보다 좀 큰 것 정도의 크기의 무를 썰어 말립니다.
무가 어른 주먹보다 좀 크면 무 중에서고 아주 못된 놈 바로
"조밭 갓골 무지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썰어 말린 어머님의 곤짠지는 친손인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외손들에게도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곤짠지로 통하지요.

 

 

 

 

 



그런데 올 해는 어머님이 편찮으시니 제가 곤짠지를 썰어말립니다.
어머님 말씀처럼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것들로요.

어머님 손수 키운 텃밭의 잘잘한 무를 골라 깨끗하게 씻어서 겉 껍질을 살짝 긁어내고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립니다.
낮에는 볼일을 보고 밤에 썰어서 실내에 널어 물기가 좀 걷히면 밖에 내다 말리지요.
곤짠지는 날이 너무 따스할 때 말리면 맛이 없답니다.

 

 

 

 


요즈음처럼 적당하게 추운 날에 말려야 살짝 얼었다가 말랐다가를 반복하면서 살살 골아가면서 마르지요.

 그렇게 말려야 노릇노릇하고 쫄깃거리며 달작지근한 무말랭이가 되지요.
혹시 시장에서 무 말린 것을 사다가 무말랭이 김치를 하시는 분들은 하얗고 깔끔하게 말린 것은 맛이 없습니다.
말린 모습이 노리끼리하고 골아 보이는 것이 맛있는 무 말랭이랍니다.

 

이제 이렇게 말려놓은 무 말랭이는 다음에 메주 콩을 삶을 때

삶은 콩을 푸고 난 다음에 남은 콩국물에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리면 정말 맛있는 곤짠지가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