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5. 27. 06:00

 

 

전원생활을 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은 주변이 온통 푸르러 몸과 마음까지 푸르르다.

우리집 주변에는 단풍, 배, 뽕, 자두, 포도, 소나무, 보리수, 층층나무, 라일락, 목련, 매화. 옻, 벚꽃, 참나무, 밤나무 등 없는 나무가 없다.

그래서  녹색 짙어지는 지금은 몸과 마음은 더 푸르다.

그런데 이 푸르른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벌레이다.

 

 

 

 

얼마 전부터 마당가에 있는  층층나무 밑을 가다가 보면

'사사삭' 거리는 소리가 들려 뭔 소린가 했더니 그게 벌레가 나뭇잎을 먹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소리가 나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되었는데 푸른 잎사귀는 하나도 안보이고 나뭇잎 줄기만 앙상한 모습이다.

 

 

 

 

마당가의 다른 나무는 괜찮은데 이 나무만 이런 모습이다.

벌레들이 먹기에 이 나뭇잎이 맛이 좋은 모양이지만 싱싱한 다른 나무를 보다보면 내가 괜히 층층나무에게 미안하다.

 

 

 

 

그런데 줄기가 앙상한 것도 몸서리칠 일인데 줄기를 갉아먹은 벌레들이 데크에 가득하다.

그래서 수시로 쓸어내서  없어지는가 싶더니 자고 일어나니 급기야는 우리집 벽에도 가득하다.

쓸어내도 또 생기고 식겁이 나는데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다.

 

 

 

 

우리는 지붕 밑까지 올라가 있는 벌레를 퇴치할 방법을 연구했다.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찾아낸 방법이

긴 각목에 빗자루를 묶어서 쓸어내는 방법이다.

 

 

 

 

그렇게 길게 만든 빗자루로 남편은 방역복에 모자, 마스크, 썬그라스까지 착용하고 벌레를 쓸어냈다.

그렇게 쓸어내고 나서 조금 있다가 보면 또 언제 올라갔는지 또 벌레가 가득하다.

 

 

 

 

그렇게 몇 번을 쓸어담고 나니 이정도로 벌레가 득실거린다.

보기에도 몸이 오싹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두고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났잖아요?

그런데 이것들은 어떻게 했냐고요?

그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땅을 파고 묻었지요.

다른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벌레를 퇴치하고 나니 또 벌레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어 아예 나무를 베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놀러온 형부가

'지금은 벌레가 생겨서 그렇지만 그 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다시 나비로 될 때쯤에는

나뭇잎도 다시 살아나서 뜨거운 여름철에는 또 그늘을 만들어 줄테니 그냥 두는 게 좋겠다.'

라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지난 가을에 우리가 이사를 왔을 때 층층나무가 단풍이 들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저 나무의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까지 아시는 형부의 말씀이라 아직 잎이 남아있는 것만 잘라내고 그냥두기로 했다.

 

 

 

 

그런데 한 이틀정도를 우리가 그렇게 쓸어내던 벌레가 적어졌다 싶더니 단풍나무에 줄줄이 집을 지었다.

 그렇게 벽을 기를 쓰고 올라갔던 것은 이렇게 자기 집을 짓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녀석들이 집에 올라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싶어 대롱대롱 달린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그렇게 집을 지은 지 또 며칠을 지나고 나니 이젠 층층나무 주변에는 흰나비 천국이다.

그 징그럽던 애벌레가 이렇게 나비가 된 모양이다.

파릇파릇한 층층나무와 붉은 단풍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흰색의 나비가 너무도 아름답다.

나무도 처음 벌레 먹었을 때보다 잎도 푸른빛이 더 짙어진 것 같다.

신은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힘든 시간이 있게 한 모양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는 말을 다시금 곱씹는 벌레와의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