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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원생활을 하는 요즈음은
집을 나서면 고드름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라
고드름을 보면서 자주 추억에 젖습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그 때의 산골 집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초가집이었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거두어들인 곡식의 바심이 끝나고
겨울 볕 따스한 날에
아버지는 어매가 풀 먹여 다듬이질 해서 만들어준
하얀 무명 솜 바지저고리를 입고 열심히 이엉을 엮으셨다.
그 이엉들 중에서 지붕을 이을 때
마지막 마무리를 할 용마루 부분을 엮어나갈 때의
그 펼쳐진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철없던 우리는 아버지께서 서리서리 엮어가는 이엉 사이로
숨바꼭질 하듯 뛰어 다니며 놀았습니다.
우리는 그 때 그것이 행복이란 것도 모르며 노는 것에 열중했지요.
그렇게 이엉을 엮어 헌 지붕을 벗겨내고
새 지붕으로 갈아놓으면 초가집은 한결 태가 났습니다.
그 태가 나는 지붕에 겨울이 오고
지붕 가득하게 내려앉은 눈들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흘러내릴 때
갑자기 기온이라도 뚝 떨어지는 날이면
추녀 끝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었지요.
눈이 와서 썰매도 타러가지 못하던 우리는
그 고드름을 꺾어 칼싸움도 하고,
아이스크림처럼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먹기도 하며 놀았습니다.
그 때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에 반짝이던
그 영롱한 고드름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고드름이 길게 달린 모습을 보면서
"고드름이 길게 달린 걸 보니 올해도 풍년이 들겠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도 고드름이 길게 달린 날이 많았으니
아버지 말씀대로 풍년이 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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