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사람꽃이 핀 우리 동네 인삼 캐는 날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3. 26. 06:30

 

 

 

요즈음 대부분의 농사일을 기계가 하는 세월이라

옛날처럼 품앗이로 들판 가득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다.

그런데 어제는 예전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실 적의 그런 풍경인

많은 사람들이 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우리 집 옆에 있는 인삼밭에서 인삼을 캤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슴 풍성해지는 나는

부러 찾아 나서지 않아도 만나게 된 풍경에

전원에서 사는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나가보니 주변이 뭔가 소란한 느낌이다.

두리번거려보니 우리 집 바로 옆 인삼밭에 사람꽃이 피었다.

그저께부터 인삼밭 차양을 걷어내더니 인삼을 캐는 모양이다.

8시가 되자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밭은 벌써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밭주인이 금산 사람이라

일을 할 때면 품사람은 늘 금산에서 왔는데

그럼 언제 그곳에서 출발했단 말인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렇게 새벽을 여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은

예전 아버지가 농사를 지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집으로 들어와 얼른 아침을 챙겨먹고 카메라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대부분 할머니들인 일꾼들은 가마솥에 끓인 국수를 드시고 있었다.

아침인가 싶었더니 벌써 새참이란다.

아침은 7시 전에 도착하자마자  드시고 지금은 새참이란다.

아직 땅이 살살 얼어있는 이곳이라 뜨끈한 국수가 새참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

 

 

 

 

 

새참을 드신 할머니들은 모닥불에 몸을 데우시고는

엉덩이 방석을 하고 일터로 가신다.

나도 농사를 지어보니 밭일에는 이 엉덩이 방석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

나도 할머니들을 따라 올라가본다.

 

 

 

 

밭에서 인삼을 캐는 일은 대부분이 기계가 하고 있었지만

기계가 닿지 못하는 곳은 할머니들이 캐고 있었다.

트랙터가 이랑을 따라 가면 흙을 탈탈 떨어내며 인삼이 위로 올라온다.

그러면 할머니들은 인삼을 골라 포대에 담는 작업을 한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노인들이 기계를 따라 가면서

일을 하시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는 하지만

돈이 되는 일이니 노인들은 힘은 들어도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인삼밭 한쪽에서는 인삼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굵고 잔 것을 구분하고

정품과 누런색이 든 것을 구분해 담는다.

저 많은 상자 가득가득 인삼이 차서 주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상자에 구분해 담아놓은 인삼.

인삼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6년근

굵기도 보통이 아니다.

이 밭주인은 금산에 상회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삼농사를 짓는다는데

인삼은 한 번 농사를 지은 땅은 다음 해에는 농사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땅을 찾아 전국을 다니시는데

지금은 주로 경기도 쪽에서 인삼을 키우신단다.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자 선별작업을 하는 위에는 차양막을 설치한다.

인삼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2시 반이 넘자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일하시다가 먹는 가마솥 밥맛은 말할 필요도 없는 꿀맛일 것이다.

차로 물에서부터 가마솥, 모든 식재료와 식기들을 가지고 온 간이 식당에서

방금 지어 차린 밥상이 비록 들판이면 어떠랴 맛있으면 최고지.

70명 일꾼들의 밥을 가마솥에 하는 것을 보니

예전 우리집 모내기가 생각이 난다.

이만큼은 아니지만 어매는  20명쯤은 되는 일꾼들의 밥을 가마솥에 해서

언니와 함께 이고 나는 물주전자를 들고 논으로 나갔었는데

요즈음은 이런 편한 방법도 있다.

점심을 드시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모처럼 풍성한 들판의 모습에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