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전원생활에서는 잠깐의 방심도 금물

렌즈로 보는 세상 2015. 1. 26. 07:00

 

딱 일주일을 글 올리기를 쉬었네요.

아버님 기일이라 친척들이 와서 제사를 모시고

어머님은 며칠 계셨지요.

모처럼 오신 어른이라 함께 해드리며 

어영부영하다 보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다시 시작했으니 또 열심히 글을 올려보렵니다.

 

 

 

 

제사상에 올렸던 송편.

솔잎과 단호박 반죽을 해서 만든 삼색송편.

속으로는 양대를 넣었더니 모두 다 옛날 먹던 맛이라면서 좋아하더라고요.

 

 

 

 

 

각설하고 오늘의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사랑스러운 알을 낳기 시작한 우리 집 닭 세 마리 중에서 두 마리를 잃어버린 것이지요.

닭을 키워보니 겨울철에는 물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는 것이 참 불편하더라고요.

이곳은 산골이라 기온이 낮아서 아침에 물을 주면 오후에 얼어버리거든요.

그래서 모두 잡아먹으려고 하던 때에 알을 낳기 시작해서

 '올 봄에는 병아리를 부화시켜서 키우면 되겠다.'

싶어 기대에 부풀어 열심히 키우고 있었지요.

가끔 집을 비울 일이 있어서 딱 하룻밤만 자고 돌아오면서요.

 

 

 

 

 

그런데 며칠 전 아침에 모이를 주려고 닭장에 갔더니만

암탉 한 마리는 목이 물려서 죽어있고

장닭 한 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이제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왠일인지 모르겠다."

며 어머님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원인을 모르겠더라고요.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걸로 보아서는 사람이 다녀갔다."

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날 저녁에는 눈이 내렸기 때문에 사람이 다녀갔으면 발자국이 남았을 텐데

사람 발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요.

그런데 눈 위에 짐승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 걸 보니  짐승이 다녀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짐승이 문고리를 열 수는 없었을 테고

아마 전날 오후에 남편이 알을 꺼내오고 나서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문이 잠겨있지 않으니 짐승이 와서 한 마리는 죽이고 한 마리를 물고 간 것 같았지요.

그래서 남편이 발자국을 따라 갔더니만

"이웃 밭둑에 있는 굴 앞에 이렇게 머리를 잘라 먹은 채로 버려놓았더라."

네요.

주인의 잠시 방심으로 불시에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미안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놈의 짐승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날마다 닭장 주변을 서성였던 모양이지요.

그렇잖으면 어떻게 그날 문이 걸려있지 않았다는 걸 알았겠어요.

그러고 보니 전날 밤에 닭이 "꼬꼬댁 "거리며 많이도 울었지만

우린 별 생각 없이 내다보지도 않은 것이 후회가 되네요.

그 때 내다보았더라면 닭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닭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제까지 키운 것이 아까워서 먹을까 말까 고민이 되었지요.

그런데 어머님이나 집에 온 친척들이

'병이 걸린 것이 아니라 먹어도 된다.'

고 하여 잡는 곳에 잡으러 갔지만

"죽은 닭은 또 잡아주지 않는다."

고 하네요.

 그래서 옛날에 닭을 많이 잡아보신 어머님께서

직접 두 팔 걷어붙이고 이렇게 잡으셨지요.

잡아보니 암탉은 속에 크고 작은 알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올봄 병아리가 될 놈들이지요.

닭은 잡아서 제사 지내러 온 시누이와 딸이 나눠가지고 가고

어머님께도 반 마리 고아 드렸지요.

큰 닭장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녀서 그런지 닭살이 쫄깃하기가 장난이 아니었지요.

 

 

 

 

 

이제 이 녀석이 봄에 병아리를 품는 꿈은 수포로 돌아가 버렸네요.

알은 지금도 매일 하나씩 낳지만 수탉이 없으니 무정란이겠지요.

혼자 노는 닭이 외로워 보이기도 하거니와

병아리를 품는 것을 보려면  수탉을 한 마리 사다 넣어줘야 하겠지요.

그러나 지금 AI도 돈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