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기나긴 겨울밤 주전부리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2. 12. 07:00

 

 

 

산속의 겨울밤은 길고도 깁니다.

산그늘에 있는 집들은 오후 다섯 시만 되면 해가 집니다.

그렇게 문을 잠그고 집 안에 들어앉으면 아침 7시 까지는 밖을 나갈 일이 없습니다.

그런 긴 밤을 보내려면 심심풀이 땅콩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잣, 땅콩, 서리태 튀운 것, 호박씨 몇 가지 주전부리를 준비했네요.

여기에 냉장고에 들어있는 밤과 창고에 있는 배, 홍시, 사과, 귤을 곁들여 먹으면

아무리 기나긴 겨울밤이라도  짧아질  것 같네요.

 

 

 

 

 

 

전원에 사니 겨울에도 먹거리가 흔하네요.

얼마 전에 뒷산에 올라갔더니만 이렇게 큰 솔방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 이러이러한 솔방울이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만

그게 바로 잣송이라네요.

그래서 얼른 올라가서 주워왔지요.

 

 

 

 

 

주어다 놓고는

"어떻게 까면 되냐?"

고 물었지요.

그랬더니만

"며칠을 두면 잣송이이가 좀 마르고

겉에  묻은 송진도 마르면 장갑을 끼고 두 손으로 비틀면 그냥 후두둑 떨어진다."

네요.

그래서 시키는 대로 따라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 까지기는 까지는데

남아있는 송진이 장갑에 달라붙어 손바닥까지 끈적거리더라고요.

남편이 보더니 이렇게 하자면서 칼로 빼내더라고요.

저는 손으로 비틀고 남편은 칼로 빼내며

그렇게 둘이 하룻저녁 송진과 씨름을 하면서 잣을 떨어냈지요.

 

 

 

 

그리고 나서 또 껍데기를 벗겼지요.

껍데기가 얼마나 딱딱한 지

이 도구를 가지고 까는 것도 참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까고 나서 속껍질까지 벗기고 먹어보니 얼마나 고소하던 지요.

 

 

 

 

올해 호박도 열 개 정도를 추수했지요.

친척들에게 한 덩이씩 나눠주고도 남은 것은 범벅도 해 먹고 호박국도 끓여먹고 있지요.

그렇게 호박 음식을 해먹고 나면 호박씨가 나오지요.

그냥 버리면 편할 것을

예전 생각을 하고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껍질을 깠지요.

 

 

 

 

 

볶지 않고 그냥 먹어도 아주 고소합니다만

은은한 불에 살짝 볶았더니 또 한 가지 맛난 주전부리가 되네요.

잣과 호박씨에다 지난 번 볶아놓은 땅콩과

어제 양평에 가서 튀겨온 서리태를 합하니 네 가지의 주전부리가 되었네요.

 

 

 

 

준비한 주전부리를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긴 겨울밤에 주전부리로 먹는 일만 남았네요.

잣, 호박씨, 땅콩, 서리태,

어느 것 하나 몸에 나쁜 것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이라고 웅크리지 않고 적당한 운동과 함께 이 주전부리는 우리의 겨울 건강을 책임지겠지요.

 

 

 

 

우리 어릴 때는 이렇게 긴 겨울밤이면

친구들과 삼산오오 모여 화투를 쳐서 엿 내기나 눈깔사탕 내기를 했지요.

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는 

에서 먹던 조밥을 가지고 와서 동네 김치를 훔쳐서 먹기도 했었지요.

집집마다 겨울 한 철 반찬으로 큰 독 가득 김장을 해서 담 밑에 묻어두면

그걸 훔쳐다가 찬 밥과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었던 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먹거리는 생각도 못하지만

이런 주전부리로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