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원생활

아침을 열어주는 닭이 첫 알을 낳았어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14. 12. 26. 07:00

 

 

 

어릴 적 괘종시계도 귀하던 시절,
산골마을에 살던  우리의 아침  잠을 깨우던 것은 

"꼬끼오" 

하고 목청껏 울어주는 닭이었다.

 

 

 

 

 

 

 


결혼을 하고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 

그 고향의 소리인 닭 울음 소리는 꿈에나 들리던 소리였다
그런 소리를 요즈음은 원 없이 듣고 있다.

 

 

 

 

친구들이 다 가고 없어서인지 세 마리는 유난히 친하다.

늘 같이 다닌다.

 

 


아직 새벽이라 할만한 6시도 되기 전부터 

그들은 어서 일어나라는 듯
"꼬끼오" 소리를 연발한다.

 

 

 

 

암탉들은 수탉을 졸졸 따라 다닌다.

이렇게 지아비를 좋아하니 알을 낳는 모양이다.

수탉이 있어야 유정란을 낳는단다.

 

 

 


그렇게 아침을 여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어디서 들었는지 닭이 울면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알을 낳을 기미는 없고
닭에게 주던 물이 꽁꽁 얼기 시작하면서 

이젠 닭 키우는 게 짐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토종닭이라 너무도 맛있다."

는 먹어본 사람의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고

우리가 먹었을 때도

'쫄깃하고 구수한 깊은 맛은 일품이다.'

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우리가 좀 불편하다고 없애려고 한다.)

 

 

 

 

아직 처음으로 알을 낳아서일까

이렇게 땅에 그냥 낳았다.

 

 

 


어쩌다가 집을 비울 일이 있어도 딱 하룻밤이지 더는 비울 수가 없다.
어디를 가던 하룻밤을 자고나면 서둘러 돌아와야 한다.
닭에게 준 물이 꽁 꽁 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곳에 낳으라고 둥지를 만들어주었다.

 

 

 

닭은 모이는 많이 주고 가면 괜찮은데 물이 문제이다.
'닭은 배가 고파서는  죽지 않는데 목이 말라서 죽을 수 있다.'

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작고 때가 묻은 달걀이지만 귀엽기 그지 없다.

귀한 것이라 비록 깨어진 접시지만 모셔두고 사진을 찍었다.

 

 

 

 

키우던 닭을 가을부터 손님이 오면 잡아먹고도 

물이 얼 때 까지도 8마리나 남아있었다.
그래서 애물 단지가 된 닭을 처리를 좀 해야겠다고
서울 가는 길에 시누이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이제 세 마리만 남았는데 그저께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 것이다.

 

 

 

 

 

왼 쪽의 작고 때가 묻은 것이 우리 달걀이다.

크기는 마트에서 산 것이 훨씬 크다.

 

 


'알도 안 낳고 먹이만 축내고 집도 비우지 못하니 귀찮다.' 

싶어 1월에 놀러온다는 손님께 한 마라 잡아드리고
중순 아버님 제사 때 다 없애버리려고 했다.

 

 

 

 

두 개의 달걀을 삶아서 먹었다.

큰 것이 마트에서 산 것이고

작은 것이 우리 닭이 낳은 것이다.

노란자가 유난히 선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귀엽고 고소한 알을 낳아주니 그 생각을 바꿔야겠다.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이 두 마리니 알을 낳기 시작하면 

우리가  먹어도 봄이 되면 알을 품게 해서 병아리를 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 병아리를 키워보니 집에서 부화시킨 병아리가 무병하게 잘 자란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올봄에 시장에서 5천 원씩을 주고17마리의 중닭을 사다 키웠는데

그 중에서 7마리가 다 자라기 전에 죽었다.
그런데 남편 친구네 집에서  부화시켜서 가져온 병아리는 

시장에서 산 것보다 훨씬 작은데도 

9마리 모두 죽지 않고 자랐다.

 

 

 

 

노란자가 선명한 만큼 맛도 훨씬 고소하다.

특히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점이 좋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잡아먹지 말고

열심히 모이도 주고 과일 찌꺼기도 주어 잘 자라게 해야겠다.

내년 봄에 예쁘고 귀여운 병아리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