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를 가면
향일암을 가고 싶었다.
지난 번 남도 여행 중
하동숙소에서는 조금 멀다 싶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를 보냈다.
향일암 가는 날은
하늘이 희뿌옇다.
향일암의 이름,
'늘 해를 볼 수 있다.'
는 말은 앞이 가려지지 않고
탁 트였단 말인데
이런 날씨로는
아름다운 전망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타까운 마음을 안고
금오산 향일암을 오르는 길에는
법구경을 인용한 좋은 글과 조각상이 있다.
不言. 不聞, 不見.
참 좋은 말이다.
나쁜 말을 하지 않고,
나쁜 것을 듣지 않고,
나쁜 것을 보지 않는다면
마음이 더없이 평온 할 것이니
그렇게 우리네 마음을
다스리라는 뜻일 것이다.
절로 들어가기 전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어 좋다.
등용문을 지나 만난 전망대에는
수많은 소원지들이 달려있다.
등용문을 올랐으니
나와 내 자식에게
좋은 일이 있길 비는 마음은
모두 같은 모양이다.
우리도 소원지를 사서 소원을 빌었다.
소원지를 달고 조금 더 올라가면
거대한 바위 터널을 만나게 된다.
보통 절에 있는 불이문도
이 바위터널이 대신한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좁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길이
곧 불국토로 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 좋게 닳고 닳은 터널을 빠져나간다.
터널을 빠져나가 드디어 원통보전을 만난다.
이런 험한 바위 틈에 전각을 지은 것은
정말 대단하다.
다 신도들의 불심이 만들어냈을 것이다.
뒤를 돌아 바라본 바다는
희뿌연 하늘 덕에 하늘끝과 맞닿아있다.
맑은 날이면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하루 종일 해를
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좁은 터널의 반들거리는 계단을 올라
만나게 된 관음전,
보물은 쉽게 만나지지 않는 모양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힘듬을
견디어 내야하는 모양이다.
원효대사가 수도도중
관세음보살을 만났다는 곳이다.
'관세음보살은 중생들 속에 늘 함께하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의지하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는 말씀 때문일까 관음전 앞에는
수많은 소원지들이 달려있고,
해수관세음보살님께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 많다.
'온 가족 건강하고 아이들 소원성취하길....'
우리도 그곳에서 기도를 한다.
향일암에는 유난히 거북 상이 많다.
그 이유는 고려 광종 9년(658년)에
윤필대사가 산의 형세가
'금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고 하여 '금오암' 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항일암이 위치한 산이
'금오산' 이라 부르는 것도
이때쯤인 것 같단다.
늘 가보고 싶던 향일암을 가는 날이
하필이면 날씨가 흐렸다.
안타깝게도 향일암에서
시원한 바다 위에 떠있는
해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향일암의 바위 터널 길을 걸어
관음전을 올랐다는 것만도 행복한 일이었다.
향일암 에 대한 모든 것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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