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원 선경도서관
<감동과 울림의 명작 읽기>에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를 읽었습니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이성이나 전통, 종교관이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젊은이들이
길을 잃고 방황을 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교수님은 수업 마지막에는 늘
그 책의 내용과 어울리는
시를 한 편씩 소개해주십니다.
이번 시간에는
김기림 시인의 '길'
이란 시였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어릴 적 초라한 상여를 보았을 때
그 쓸쓸함이 생각 나는 시라서
예전에 찍어두었던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길
김 기 림
나의 소년 시절은
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저(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江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江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두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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