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시장을 가거나 마트를 가면 천도니 백도니 황도니 하는
각기 다른 이름들로 전시된 빛깔도 곱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 어릴적 먹어보았던
달콤 했지만 뒷끝이 씁쓰름했던 그 복숭아가 생각이 나곤한다.
산골에서 태어나 7년을 산과 하늘 좁은 들만 보며 살다,
학교에 간답시고 단발머리 조금 정리하고 백프로잠바 사입고
차가 다니는 도로변의 학교로 갔으니,
몇 달 동안은 옆도 돌아볼 정신이 없어선지
학교 옆에 구멍가게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7월 쯤 되어서야 그 가게를 기웃거리게 되었지.
그날도 오늘처럼 이렇게 무더운 날씨여서
딱히 뭘 사겠다는 생각도 없이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자니
나무상자 안의 발그레한 복숭아가 눈에 들어오는 거라.
우리 동네에서 늘 보아왔던 작고 살도 별로 없는 '까칠복상'이라고
불렀던 그것 보다 굵고 먹음직스러운 그걸 발견한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지,
마침 그날 네 호주머니엔
학교에 책값인가 뭔가를 내고 거슬러 받은
딱 그 복숭아 가격만큼의 돈이 있어서
몇 번을 주머니 속에서 조몰락거리다가 결국은 사먹고 말았지.
그날 저녁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버지께서 내게 남은 돈을 어떻게 했냐고
물으셨을 때 나는 천연덕스럽게 잃어버렸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혜안이셨던 그분이 내 거짓말을 그냥 믿으셨을리 없었다.
난 그날 우리 형제들이 자라면서 거의 맞아보지 않았던
회초리를 많이도 맞았던 기억이 난다.
-- -- -- 살아오면서 정직해야하는데 내 마음이 흔들릴 때 그 때
그 복숭아를 떠올리곤 한다. -- -- --
2002.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