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그 해 가을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35

 

초등학교 육 학년인가 중학교 일 학년쯤이었어.
아침에 학교를 가다가 장례행렬을 만났어.


그때는 비록 어려워도 장례식은 번듯하게 치루는 시대였는데
그 행렬은 얼마나 초라하던지.


거적에 만 시신을 한 남자가 지게에 지고

그 뒤를 초라한 행색의 여인과 어린아이가 따라가고 있었어.


그걸 보고 나는 그 망자의 죽음이 슬퍼서 가슴저리기 보다

그 초라한 행렬이 슬퍼서 가슴아팠어.

그날 해질 녘 집 뒤 산기슭 잡초밭에 누워

아침에 만났던 운구 행렬과 말라 비틀어진 잡초로 인해

죽어가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어.


사진을 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모두가 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자주있었어.

 

2002 . 8 . 22


 

 

'일상 > 옛날 옛날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길에서  (0) 2007.02.10
우리들의 놀이문화  (0) 2007.02.10
소 먹이기  (0) 2007.02.10
분 홍 이  (0) 2007.02.10
그 길 보리고개 넘던 길  (0) 2007.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