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육 학년인가 중학교 일 학년쯤이었어.
아침에 학교를 가다가 장례행렬을 만났어.
그때는 비록 어려워도 장례식은 번듯하게 치루는 시대였는데
그 행렬은 얼마나 초라하던지.
거적에 만 시신을 한 남자가 지게에 지고
그 뒤를 초라한 행색의 여인과 어린아이가 따라가고 있었어.
그걸 보고 나는 그 망자의 죽음이 슬퍼서 가슴저리기 보다
그 초라한 행렬이 슬퍼서 가슴아팠어.
그날 해질 녘 집 뒤 산기슭 잡초밭에 누워
아침에 만났던 운구 행렬과 말라 비틀어진 잡초로 인해
죽어가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어.
사진을 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모두가 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자주있었어.
2002 . 8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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