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를 몰고 길안면 쪽으로 가보았는데
들판을 황금색으로 물들인 벼며
길가에 활짝 웃고있는 코스모스가 옛날을 생각나게했어.
옛날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 때
선생님들은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라고 가르치셨던 것 같아.
선생님들은 내 고장을 지나가는 손님들을 즐겁게 해드리라고 가르치신 것 같은데,
선생님의 말씀이 곧 법이였던 우리들은 먼지나는 큰길가 풀숲으로 비켜서서
앞니 빠진 입 모습을 드러내며 배시시 웃으며 고사리같은 손을 흔들었지.
그 손 흔듬도 나이가 들어 고학년이 되면서 쭈뼛거리기 시작했고
중학생이 되었을 땐 그일을 그만 두었지.
그 때는 그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도 모르고 했었는데,
10여 년 전쯤의 어느 가을날 코스모스 핀 시골길에서
내 어릴 적 모습과 흡사한 모습의 소녀가
그렇게 손을 흔들어주었을 때
난 기쁘다는 느낌을 넘어 행복하기까지했었어.
그러나 세월이 한 해 한 해 흘러가면서 그런 모습을 만날 수 없었고
이제는 시골에서 아이들을 찾아보기 조차 힘들어졌으니 세상을 탓하고 싶어진다.
2002 . 9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