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우리들의 놀이문화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36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외가집이나 할머니댁에 가서
할머니와 화투치기를 하면

'저런 불량한 놀이를 한다.'

싶어 기겁을 하며 말리곤 했지만

나의 어린시절은 겨울방학 동안

기나긴 밤의 절반은 화투치기를 하며 보내었으니.....

 산골동네라 겨울방학은 유난히 길고도 추웠고

오후 여섯 시부터 시작되는 밤은 잠이 많던 나에게도 얼마나 길던지.
지금같이 텔레비젼을 볼 수도 없었고 특별히 재미난 놀거리도 없었던 그 시절

나는 저녁만 먹으면 동급생인 친구 인숙이네 집으로 가서
인숙이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둘 이렇게 넷이서 화투치기를 하였는데,

인숙이네 할머니나 어머니는 어린 우리들을 데리고 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시는지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올 때의 그 무서움

 꼭 귀신이 뒤를 따라올 것 같은 그 무서움을

저녁밥만 먹고 나면 잊어버리고 인숙이네 집으로 가곤했다.
그렇게 놀다가 배가 고프겠다 싶으면 그분들은 겨울밤의 간식거리인

언 홍시나 밤 아니면 강낭튀밥을(옥수수 뻥튀기) 주시거나
마땅한 먹을 것이 없다 싶으면 식은 밥에 언 김치라도 먹여서 보내주셨다.

이제 세월이 흘러 그분들은 돌아가시거나 이사를 가셔서 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붙어다니던 인숙이도 만날 기회가 별로없으니
세월의 무상함이여!

 

 

2002 . 8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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