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금계(?)랍을 아시나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37


지난 여름

뉴스에 오랫동안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말라리아가

다시 발생하였다는 보도를 듣고 그 지겁던 약 금계랍이 생각났어.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하루 걸러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한 병이 라서

 하루걸이라 불렀던 말라리아가 유행했었는데,

뜨거운 여름철에 하루걸이가 걸리게 되면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오슬오슬 춥기 시작하여 아프기 시작하면,

그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밤 세워 앓고

아침에 일어나면 입술이 하얗게 마르고 혓바닥이 갈라지고는 했어.


그렇게 심하게 앓고 난 뒷날이면

아버지께서는 면소제지에 있는 구세약방에서

둥글고 하얀 알약 금계랍을 사오셨는데,

지금같이 표면이 코팅처리 되어있지 않고

약물부분이 그냥 노출되어있던

그 약은 얼마나 쓰던지,

오후만 되면 정지 물독 옆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약을 먹는 전쟁을 치르곤 했었어.


어매가

'병이 빨리 나아야지 씹기는 뭘 씹다.'고 하냐며

야단을 치시면 억지로 약과 물을 삼켜 보지만,

그 쓴맛 때문에 목구멍에 넘기다가

다시 토해내기를 몇 번하고 난 후에

약이 퉁퉁 불어 빠져서야  겨우 삼킬 수 있었어.


그렇게 어렵게 먹은 약이라서 그런지 말라리아는 쉽게 나을 수 있었고,

그럴 때 마다 나는
"양약은 입에 쓰다."

라는 격언을 실감하곤 했어.

 

2002 . 10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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