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마이클 케냐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6. 14. 11:56

White Wall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3 가당빌딩
Tel. 02_548_7520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연은 끊임없는 과제의 근원이다. 모든 더불어 살아가기가 그러하겠지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지배와 순응의 순환고리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을 지배함으로써 삶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며, 동시에 자연에 순응함으로써 그 일부로서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은 아무런 말이 없으나 인간은 일생을 통해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마이클 케냐_NIGHT WALK, Richmond, Surrey, England_흑백인화_1983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 1953∼ )의 작업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들은 바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는 언제나 세심하고 정직한 장인의 자세를 견지하며 자연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려서 평정심으로 바라다본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잘 균형 잡혀 있고 모든 요소들이 조화로운 형태를 띄고 있다. ● 사진에 등장하는 피사체들은 나무나 돌, 조각상이나 다리와 같이 고정된 지형지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고 말을 걸어온다. 마치 완전한 적막의 한가운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몸 속의, 내면의 울림처럼 그 소리에 귀기울이며 우리는 명상에 빠져든다. 그의 풍경 속 자연은 사람과 사물이 함께 공생해 가는 장소로 가꾸어져 있는 것이다. ● 이처럼 그의 사진은 단선적이며 명료한 참선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우리는 표지판이 완벽하게 정비된 쾌적한 길을 달리는 것과 같이 어떠한 갈등이나 위협감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정확하게 재단된 화면 안에서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도점들을 따라 편안하게 눈길을 두기만 하면 된다. 강한 원근감을 주는 선적인 요소와 패턴의 배열과 같이 반복되는 형태적 요소들을 좇아 그의 여정에 편안하게 동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한 첫 번째 착시점과 시선의 유도는 관찰자의 시점, 즉 렌즈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기법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사진적 프레이밍(framing)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클 케냐_RATCLIFFE POWER STATION, STUDY I, Nottinghamshire, England_흑백인화_1984


마이클 케냐의 사진의 관심사는 오직 스스로 선택한 사진적 표현 양식들을 자신의 감성을 시각화하는 일에 온전히 기여하도록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이야기 거리와 세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제시하기에 공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에 비해,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고유한 속성에 충실한 자세로, 사진을 자신의 언어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일에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케냐_SUSPENDED VINE, Marly, France_흑백인화_1995



그 순수성은 전통적이며 수공적인 은염 프로세스(Gelatin silver process)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흑백사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은입자의 변주는 사진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정제된 물성을 느끼게 한다. 밝음과 어두움만으로 변환된 모노크롬의 세계, 그것은 이상화된 자연이며 신비한 대화의 장이다. 따라서 사진에 찍혀진 장소가 어디이며 그때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가가 그 장면들을 대한 순간에 느꼈을 내면의 울림, 침묵하는 자연으로부터 얻어낸 은빛의 울림을 함께 들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것이다. ■ 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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