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한국 찾은 사진계 거장 마틴 파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6. 14. 11:33
2007/05/18 오전 10:27 | 사진과 카메라 | [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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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카메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표현하세요”

                              한국 찾은 사진계 거장 마틴 파 
                                chosun.com 입력 : 2007.05.

현존하는 세계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거장(巨匠) 마틴 파(Martin Parr·55·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이달 3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자신의 회고전 ‘새로운 신화-Retrospective 1971~ 2000’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마틴 파는 70년대에는 흑백 사진, 80년대엔 컬러 사진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디지털 기술 도입을 꺼리는 일부 작가와 달리 그는 디지털카메라와 잉크젯프린터 등 최신 IT(정보기술) 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틴 파는“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발달이 사진의 세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틴 파가 지난 97년 북한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사진. 잿빛 도시인 평양에서 노련한 감각으로 사람냄새를 표현했다. /매그넘 제공

본지는 지난 11일 오후 예술의 전당에서 마틴 파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디지털카메라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은 사진의 세계를 더욱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했다.

―좋은 사진이란 어떤 사진인가?
“정의를 내리기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누가 봐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라든지 진실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갖고 있으면 더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 문화에 비판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진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진은 가장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표현 형태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생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사진이 정치·사회적인 측면이나 다양한 면에서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걸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사진은 단지 세상의 여러 문제점을 사회에 보여 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카메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선호하나?
“필름과 디지털을 구분하지 않고 작업한다. 필름카메라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카메라를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편하게 선택해서 사용한다. 디지털카메라는 내게 중요한 수단 하나를 더 얻은 것일 뿐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때문에 프로 사진가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모두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 상에서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실 나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사진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내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 관객이 점점 늘어나는 일이라서 반갑고 흥미로운 일이다.”

―2년 전 카메라폰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미디어와의 만남에 주저함은 없나?
“1주일에 몇 장의 사진을 카메라폰으로 촬영해주는 광고작업이었다. 지금도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50분짜리 영화촬영 작업도 진행한 적이 있고 직접 편집에 참여한 적도 있다. 나를 표현하는 어떤 것에 대한 주저함 같은 것은 없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잉크젯프린터로 출력했다는데 만족하는지.
“내가 직접 사진을 인화하지 않지만 원하는 색감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인화하는 일을 감독한다. 예전에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을 스캔한 뒤 디지털 파일로 전환해 디지털 프린트를 주로 하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프린터(HP 디자인젯 Z3100)의 색 표현력에 만족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환상적인 프린터다. 기존 사진보다 보존기간도 10배 이상 좋아 디지털 프린트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디지털카메라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는 조언을 한다면.
“아주 간단하다. 그냥 어떤 대상을 보고 찍기만 하면 된다. 디지털카메라는 촬영에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다. 글로벌 시대에는 모든 것이 동질화된다. 사진은 개인의 목소리를 나타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진에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라는 뜻인가?
“먼저 자신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강하게 믿고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답고 예쁜 것을 재현하는 것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사진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 멋진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그것은 관객과 비평가의 몫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운 좋게도 대중과 전문가들이 진지하고 좋게 평가해줘 보람을 느낀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많은 집중과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고 35년 동안의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가장 애정이 가는 사진 프로젝트는?
“‘마지막 휴양지(Last Resort)’ 시리즈다. 휴양지가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에 들어 상품화로 퇴색해버린 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상식(Common Sense)’ 프로젝트는 흔히 보이는 사물이나 음식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해 그 속에서 비치는 상업적 소비의식을 표현해 애착이 간다.”

―북한을 방문해서 사진작업을 했다고 하던데.
“북한은 마치 시간이 50년 전에서 멈춰버린 아주 이상한 느낌의 나라였다.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방문한 것 같았다. 반면 한국은 개방된 국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문화적 편안함과 동질요소가 있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프로젝트 계획은 없나?
“10일 정도 한국에 머무르면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도 등 다른 지역도 둘러보고 싶다. 중국·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방문, 변화하는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사진에 담을 계획이다.”

키워드… 마틴 파 (Martin Parr)
1952년 영국 엡솜에서 태어났다.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할아버지 조지 파에게 영향을 받아 10대부터 사진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종합기술 전문학교 맨체스터 폴리테크닉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면서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의 사진은 수많은 신문과 잡지에 게재되고, 전 세계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마틴 파는 1994년에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다큐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의 회원이 됐다. 2004년에 웨일즈대 교수로 임용됐고, 같은 해에 프랑스 남부 아를르 국제사진축제의 아트 디렉터를 역임했다.

그는 여전히 겸손한 교사의 품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사진가로서 냉소적이고 용서 없고 염치 없이 훔쳐보는 취미의 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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