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2006년 한국사진 회고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6. 10. 19:44


-사진전시와 사진 계 뉴스를 중심으로-

2006년 한국사진은 국제적인 사진 행사와 더불어서 국. 내외적으로 중견 사진가와 젊은 사진가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대규모 이벤트성 해외작가 전시회와 개인전도 많이 개최 되었다.이제 해외 작가들의 전시회는 한국사진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진 계 뉴스와 행사 그리고 전시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시리즈 중에 한 장이 3월에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배 이상 높아진 4만8천달러에 낙찰됐고, 9월에는 같은 소더비 경매에서 함께 출품된 우리나라 미술품들이 저조한 실적을 보였음에도 6만4천8백달러 라는 높은 가격에 팔려 한국사진의 해외 판매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2005년도에 세계적인 사진잡지 전문 출판사인 아퍼츄어 에서 ‘뮤지엄프로젝트’ 작품집을 발간한 김아타가 지난여름에 뉴욕 국제사진센터 전시장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가진 것도 한국사진사에 기록 될 만한 뉴스 이다.

그 외 에도 정연두가 11월에 스페인에서 신디 셔먼. 매튜 바니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그룹전을 가진 것도 기억할만한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젊은 전시기획자 김민성이 슬로바키아의 포토포 페스티벌에서 한국현대사진전을 기획 한 것은 한국사진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 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이다.

2006년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작가들의 개인전이 많이 개최되었고 9월과 10월에는 국제적인 행사를 표방 하는 사진행사가 서울과 대구에서 개최되어 사진 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하였다. 두 행사는 사진 저널뿐만 아니라 미술저널에서도 특집으로 기사를 다루어 사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 하였다.

하지만 두 행사는 국제성을 표방 하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2006년 9월13일부터 26일까지 2주 동안 인사동에 있는 관훈 갤러리전관 .토포 하우스 전관 .김영섭 사진화랑. 갤러리 룩스. 인사아트센터 지하전시장. 쌈지길 전시장. 덕원 갤러리 등에서 전시가 나누어져서 개최 되었다.

그런데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2006'이라는 제목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참여 작가들 중에 해외작가는 인사아트센터 지하 전시장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한 10명 미만의 중국작가와 유럽 작가들 외에는 없었다. 지나치게 과대포장해서 홍보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국내참여 작가들 중 일부 작가들의 작품 완성도가 유럽작가나 중국작가들에 비해서 너무 떨어져서 안타까웠다. 특히 중국작가들은 컨셉이 분명하고 프린트 퀄리티도 높아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한국최초의 사진 비엔날레라 는 거창한 홍보와 더불어 '다큐멘터리 속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2006년 10월19일부터 29일까지 대구전시컨벤션센터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주제전. 기자재전 그리고 특별전으로 구분되어져서 개최 되었다.그 외에 부대행사로 대구시내에 있는 몇몇 전시장에서 배병우. 권부문 개인전을 포함하여 개인전과 그룹전이 열렸다.

대구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진의 수도라고 불리어 졌고, 1990년대 초반부터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도 많이 활동하였다. 그리고 사진비엔날레가 대구에서 개최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진비엔날레라고 행사 명칭을 정하고서는 현대사진의 최전선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특정한 장르에 국한 시켜서 본 전시회를 개최 한 것은 쉽게 납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전시장간의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 관람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2006년도에는 월 평균 23회 정도의 개인전이 개최되었는데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늘어난 수치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나 형식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전시회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필자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11월에 금호미술관에서 개최된 박형근 개인전과 이강우 개인전 그리고 12월에 학고재 에서 개최된 중견 사진가 안수영 개인전이다. 그리고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박영덕 화랑에서 개최한 중견 사진가 김광수 개인전이 기억에 남는다.

박형근은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에 선정되어 풍경사진을 전시 하였다. 그런데 자연풍경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특정한 사물을 설치하여 촬영한 후에 포토샵에서 특정한 색채를 강조하였다. 그는 숲 속이나 특정한 공간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부합되는 사물을 설치 한 다음에 카메라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데, 독특한 색채 감각과 깊이 있는 세계관을 느끼게 한다. 박형근의 풍경사진작품들은 독특한 미적 감각과 아이디어가 잘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들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 하였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이 젊은 사진가가 다음에는 세상을 어떻게 해석해서 보여 줄지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박형근의 개인전과 같은 기간에 같은 장소인 금호미술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한 사진가 이강우는 3년간 강원도 철암과 사북 지역의 탄광지대를 촬영한 것을 전시였다. 작가는 폐광된 곳의 현재 풍경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아무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솔직하게 찍었다. 작품마다 가장 사진 적인 표현방법으로 피폐한 탄광지대의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는데 외형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그 이면에 있는 숨겨진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액자 한 프레임에 이미지 한 컷만을 보여 주는 것도 있지만 한 프레임에 아래위로 이미지 두 개를 프린트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보여 주는 방식이 디자인 적인데 주제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표현방법이 되고 있다. 작품마다 로우키 톤의 컬러가 보는 이들에게 작품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탄광지대가 왜 폐광이 되었는지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평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 하다. 작품 한 장 한 장의 강한 컨트라스트(흑백의 대비)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 두었다.

그 동안 이강우 작가는 미술과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주로 발표했었는데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주제나 표현양식이 전통적인 사진에서 주로 다루어 온 것이다. 하지만 최종결과물에서는 작가의 미술적인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전달했다. 이강우 작가의 이번 전시작품들은 동시대의 또 다른 슬픈 풍경을 보여 주었다.

'길이 보전하세'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한 안수영 작가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모순된 사회현상과 키치(Kitsch)적인 문화현상을 기록하여 보여 주었다. 작가는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현수막과 광고판, 그리고 여러 상징물들이 보여 주는 천박함과 유치함, 그리고 여러 모순된 모습들을 기록하여 통쾌하게 풍자하였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동 시대사회·문화적인 현상을 보여 주기 때문에 관람객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 하였다.최근에 한국의 많은 젊은 사진가들은 동 시대성을 반영하는 사진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충분한 사전 학습 없이 대상에 접근하여 표피적인 내용만 이야기하거나, 특정한 외국사진가들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에 반하여 이번에 전시한 안수영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근현대사와 동시대 문화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주제를 정하고 작업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왠지 쓴웃음이 나는 동시대의 자화경(自畵景)이다.

중견 사진가 김광수 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사물들을 찍어서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적으로 찍어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촬영 후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합성하기도 하고 사물을 실물 크기보다 과도하게 확대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김광수 작가가 찍은 사물들은 체리사탕, 사과, 피망, 장난감 자동차, 천연색의 유리병이다. 이들 사물은 스튜디오에서 인공조명을 사용하여 찍은 후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합성하였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품 한장 한장 마다 작가의 디자인 감각과 색깔감각이 잘 조화되어 장식성이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이 되었다. 현대건축물은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데, 김광수 작가가 이번에 발표하는 결과물들이 바로 그것에 해당한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새로운 회화주의 사진이자 디지털 매체 환경을 적극적으로 잘 수용하여 생산한 이미지들이다.

해외 사진가들 전시회 중에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5월에 와이트 월 갤러리에서 개최된 멜라니 퓰렌 사진전 과 4월에 공근혜 갤러리에서 개관 전 으로 개최된 조엘 메이어로위츠 사진전 이다.

뉴욕출신의 미국 사진가 멜라니 풀렌은 범죄 현장을 연상시키는 상황을 연출하여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범죄현장을 찍은 사진처럼 느껴지지만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패션모델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컬러의 옷을 입고 있다. 범죄드라마나 영화 포스터를 보는 듯하다.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은 첨단시대를 연상시키지만 20세기 초에 알렉산더 가드너(Alexander Gardner), 제이콥 리스(Jacob Riis), 위지(Weegee) 등이 찍은 범죄현장 사진들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들의 사진적 어법에 현대적인 패션문화를 가미 하였다.멜라니 풀렌의 사진전은 현대사진의 대표적인 표현양식 중에 하나를 대중들과 사진 애호가들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고, 외국 사진가들의 국내전시회가 일반화된 것을 의미하는 전시회 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풍경사진가로 활동 하고 있는 조엘 메이어위츠는 컬러사진을 표현매체로 건축물을 비롯한 사회·문화적인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번에 전시 된 작품들은 그의 명작으로 잘 알려진 '케이프라이트 cape light'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프라빈스타운'을 비롯한 15점의 중요한 사진들과, 이태리 투스카니 지역을 배경으로 2002년 최근에 작업한 'Tuscany, inside the light' 시리즈 5점이다. 그의 작품들은 빛의 미묘한 변화를 컬러필름의 특성을 이용하여 표현 하고 있는데 시각적으로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컬러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며 내용적으로는 찍혀진 대상들이 시대를 상징 하는 기호로 의미 작용하여 동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 조엘 메이어위츠의 풍경사진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소재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성적인 표현방법과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화를 이루어 전 세계 많은 사진애호가들과 미술품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는다.

한국사진은 2006년 한 해 동안 많은 뉴스를 생산 하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한해를 마무리 하였다. 국내작가들의 다양해진 작품내용과 활발한 활동 뿐만 아니라 사진의 사회적인 위상도 높아 졌다. 그리고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진행사도 마련되어 사진문화가 성숙되고 발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추었다. 이제 한국사진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행사를 표방 하는 사진행사들이 제목 그대로 국제성과 공공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서울과 대구의 두 행사가 사진문화발전에 기여 하는 행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새해에는 한국사진이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한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 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

글:김영태(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kyt68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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