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정연두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6. 10. 19:36
  • 젊은 그대… 세상을 연출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 정연두

    사진·영상 등 멀티 플레이…
    “화가는 캔버스 전체 연출 나도 내 사진 요소 요리”
  •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7.05.22 00:44 / 수정 : 2007.05.22 06:55
    •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 2007’에 사진·영상 작업을 하는 정연두(38)가 뽑혔다. 1995년부터 시작한 ‘올해의 작가’ 역사상 가장 젊은 작가다. 사진·회화·조각·영상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이고, 베니스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에서 왕성하게 전시해온 작가다. 국제갤러리 소속으로 국내외 상업화랑과 아트페어에 자주 선보이고 작품도 잘 팔린다. 그런 그가 ‘올해의 작가’에 뽑히자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마저…”라며 놀라는 분위기다.

    • ▲정연두가‘올해의 작가’수상 기념전을 위해 새로 만든 영상작품‘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의 마지막 장면. 작가는 미술관 전시실에 세트를 설치해 대자연처럼 보이게 한 뒤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수상 기념전(23일~7월 29일·02-2188-6000)을 며칠 앞두고 미술관에 가보니, 전시실 1322㎡(400평)가 완전 공사판이다. 플라스틱 꽃과 벼, 스티로폼, 조악하게 페인트칠을 한 소형승합차 등이 널려 있고 여기저기에서 인부들이 뚝딱거린다. 정연두는 팔을 걷어 부치고 땀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바로 전날 여기에서 스태프·배우 50명과 함께 신작 영상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밤샘 촬영 했다.

      “관객이 아스팔트 도로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스태프들이 화면으로 들어와 가짜 아스팔트 바닥자재를 걷어냅니다. 그러면 그 밑에 가짜 시골길이 나와요. 이런 식으로 70분 동안 여러 가지 가짜 풍경이 진짜처럼 보이면서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이에요.”

    • ▲정연두는 유쾌한 작가다.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 그는 이렇게 세트를 이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전혀 편집하지 않으면서 편집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작년에 했던 개인전에서는 자연환경에 어색한 세트를 짜 넣어 합성사진처럼 보이게 찍은 ‘로케이션’ 시리즈를 선보였다. “화가가 캔버스 구석구석을 연출하듯 사진가인 나도 내 사진의 요소를 연출하고 싶다”고 했었다. 이번 전시에 그 시리즈 22점도 함께 건다.

      “이번 신작은 90년대 초 대학시절에 백두대간을 등산하며 보았던 원시림을 생각하며 찍었어요. 몇 년 전에 그 원시림을 다시 찾아가니 이미 골프장이나 도로에 밀려 없어졌더라고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술관 전시실을 산으로, 논밭으로, 원시림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전시실로 돌려 놓았다. 이런 가짜 풍경이 왔다 갔다 하는 헷갈리는 영상으로 관객에게 과거에 대한 기억도 주고 웃음도 준다는 생각이다.

      스튜디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연두의 작업 현장은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한다. 이번 작품을 찍기 위해 황소 한 마리도 전시실에 끌려와 동원됐다. 그는 “이 작품은 구상만 했지 진짜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게 ‘올해의 작가’에 뽑혀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류한승 큐레이터는 정연두를 가리켜 “그의 작업은 작가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평범한 사람들이 예술창작행위에 참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대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잘 보여주고 대처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6월 9일 오후 2시 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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