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진이야기

김아타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3:33
세계 최정상 작가 반열에 올랐다
<중앙일보 2006/5/30/화/사람사람28면>
 
뉴욕 세계사진센터서 불교사상 담은 작품으로
개인전 여는 김아타씨
사진작가인 그는 마치 스님 같았다.

다음달 9일 세계 최고의 사진미술관인 미국 뉴욕 세계사진센터(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아타씨. 빡빡 깎은 머리에 이름부터 그랬다. 이름인 '아타'는 '나(我)와 타인(他)은 하나'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의 작품 세계도 불교 사상에 흠뻑 젖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전 마무리로 분주한 김씨를 28일 맨해튼 22번가 줄리 사울 갤러리에서 만났다. 갤러리 벽에 붙어있는 짙푸른 그의 대형 작품 'DMZ'가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시간 속에선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 존재일 뿐"이라며 "이번에 전시될 사진들도 이런 사고에 토대를 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대표작은 '마오의 초상'. 이 작품은 얼음으로 조각된 마오쩌둥 흉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녹아가는 장면을 연속해서 찍은 것이다.

'김아타:방송 중(Atta Kim:On-Air)'이라고 명명된 이번 ICP 전시는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은 김씨의 미국 내 첫 미술관급 개인전이다. 30년 역사의 ICP는 사진작가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 권위의 사진전문 미술관이다.

"ICP에서 개인전을 열어주는 작가는 한해 한두 명에 불과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여기서 개인전을 연다는 사실만으로 세계 최정상 작가임이 입증되는 셈이다.

김아타씨의 작품 '마오의 초상 (potrait of Mao)'. 마오쩌둥의 얼음 조각이 녹는 과정을 찍어 이념 시대의 종말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김씨는 ICP에서 개인전을 열기까지 철저하고도 오랜 심사를 거쳐야 했다. ICP가 그를 처음 눈여겨 본 것은 2001년이라고 한다. 뉴욕 퀸즈뮤지엄에서 열린 21명의 아시아 사진작가전이 계기였다.

김씨는 "찬사와 함께 논란이 빚어졌던 '뮤지엄 프로젝트'라는 작품으로 ICP 큐레이터인 크리스토퍼 필립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관습과 규범 등을 상징하는 투명 아크릴 박스 속에 전라의 여인을 웅크리게 한 뒤 수많은 작은 불상과 백화점 내부를 배경으로 찍은 파격적인 작품이다.

그 후 그의 활동을 지켜본 필립스는 2003년 김씨에게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뜻을 알려왔다. 그러나 필립스의 희망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ICP 소속 큐레이터 내부 회의를 거쳐 ICP 재단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김씨는 "ICP에서 구보타 히로지라는 세계적인  일본 출신 사진작가를 은밀히 서울에 파견, 과연 개인전을 열어줄 만한 작가인지 뒷조사까지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ICP는 김씨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자 그의 작품세계를 인정, 개인전 준비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김씨는 "ICP는 전시될 25점의 대형 사진작품을 제작하면서 장당 5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작가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인화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ICP는 김씨가 제작한 '최후의 만찬'이란 작품을 길이 25m, 높이 5m의 초대형 사진으로 만들어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잡은 ICP 외벽에 붙여 김씨의 작품세계를 세계에 알리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씨는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계속해 나간다는 생각 외엔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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