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걸레를 빨아보니 손끝이 빠질듯이 시렸습니 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어릴 적에는 펌프도 없던 시절이라
식수는 동네 우물에서 길어다 먹고,
냇물도 없던 산골동네라
빨래는 마을 앞 논가운데에 웅덩이의 물에서 했습니다.
그 빨래터는
마을 앞 논 가운데서도 항상 물이 잘 마르지 않는
늪지 같은 곳에 웅덩이를 파고
그 주변에 큰 돌들을 놓아 만든 것이였습니다.
그 곳은 여름철은 그래도 괜찮은 곳이였습니다.
마을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라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귀한 물도 마음껏 쓸 수 있고
동네 어른들이 하는 마을의 소식들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꽁꽁 얼어붙는 이런 겨울에
그곳에서의 빨래를 하는 것은 무척 힘 든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뜨겁게 데운 물로 빨래를 불려서
그 곳으로 가져가 넙적한 돌 위에 옷가지들을 얹어 비누칠을 하여 손으로 문지르고
방망이질을 하여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굼질을 하는 과정이라
처음 빨래감에 뜨거운 느낌이 남아있을 때는 그래도 할만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 온기마저 식어버리고 차거운 물에 헹굼질을 할 때는
손이 꽁꽁 얼고 빨아놓은 옷가지들은 차가운 돌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지
헹궈놓은 빨래들은 흘러내린 물로 고드름이 맺히니
그 힘듬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힘들게 빨래도 하지않고,
길쌈도 하지않고, 들일도 하지 않지만
주부들은 그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일까요? 어쩌면 그칠줄 모르는 욕심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