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이제야 삶의 주변을 돌아보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7. 1. 12:57

 10여년 전 옥상이 있는 건물로 이사를 오면서

이제 우리도 옥상에다 채소나 가꾸어 신선한 것을 따먹자며

그해 여름 포도 사먹은 스티로폼 상자나 길거리에 버려진 헌 고무통들을 열심히 모으고

산에 가면 헌 비닐봉지를 들고가 나뭇잎 썪은 거름도 열심히 날라와 빈 그릇들을 채웠지만

내 당찬 꿈은  내 게으름을 당해내지 못하고  옥상 텃밭의 꿈은 거기에서 끝나고,

어쩌다 한 번씩 들리신 어머님께서 삼동추나 파,열무, 배추씨를 가지고 오셔서 뿌려 놓지만

 잘 돌보지 않아 번번히 말라 비틀어져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자란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올 봄에는 거기에 뭘 심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물어보니 제일 키우기 좋은 것이 호박과 고추란다.

 

햇살 따사로워지기 시작하는 오월 초  장에 나가

매운 고추모종 여섯 포기와 맵지 않은 고추모종 여섯 포기를 이천원에 사고

토종 호박모종을 두 포기에 1000원을 주고 사와

호박은 큰 고무통에 심고 고추는 포도상자에 심어두고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고 물도 주고하니

이제는 제법 충실한 열매들이 달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이래서 농민들이 그 힘든 들일을 하면서도 얼굴에 세상의 떼가 묻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시집오기전에 부모님들을 도와 농사를 지었지만

나는 언제나 내일이 아닌 그분들의 일을 거드는 입장이라 곡식들이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주인이 되어 일을 할 때 진실로 보람을 느끼는 모양이다.

 

 스티로폼 상자가 다 부숴져가는 지금에야 난 그것들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고만고만한 것 두개가 달린 것을 어제 저녁에 하나 따서 우리 어릴 적에 호박돈적이라 불렀던 호박전을 부쳐먹고

 하나를 남겨 놓았더니 둘이 먹던 밥혼자서 먹어서일까 호박은 밤새 몰라보게 훌쩍 굵어졌다.

호박전은 어릴적 먹던 그 달작지근한 호박 맛 그대로 였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동무"라는 장계향선생의  편지 글 처럼

내가 그들에게 손 내미니 그들도 이렇게 동무되는 것을 . . .

 

올해는 풋고추와 붉은 생고추는  사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모종 한 포기에 이렇게 많은 열매가 달리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호박이 싱싱하게 잘 자랄려면 거름을 충분히 줘야 할 것 같은데

비료는 뭣하고 자연산 거름을 줘야 될 것 같지요?

어떤게 좋을까요?

옛날 친정 아버지는 큰 것을 주면 호박이 달다고 하셨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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