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분천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8. 29. 18:17

 

경북 영주에서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가는 길은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광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 많은 아름다운 곳들 중에

소천면 현동을 지나고 분천으로 가는 고개를 오르면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너무 평화로워

지날 때 마다 언젠가는 저길 가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며칠전에 그 꿈이 이루어졌다.

봉화의 산골동네를 기웃거리자는 데  친구부부와 우리부부가 쿵짝이 맞아서이다.

 

먼저 분천마을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니 옛날에는 제법 사람들로 북적였을 동네는 적적하기만하다

이층에 있는 다방 이름 만큼이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날 일본식 건물

한 때는 사람들로 문지방이 닳았을 시장통의 식육점은 이제 문이 굳게 닫혀있다

옛날 장터임을 알 수 있는 오래되어 곧 무너질 듯한 옛날 점방건물

사오십년 전만 해도 옥방 탄광과 인근의 동네 사람들로 붐볐을 옛날 장골목은

이제 곡식을 말려도 먼지도 타지 않고 깨끗이 말릴 수 있을 정도로 한적하다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라 집집이 수확한 곡식을 말린다.

흙벽에 나무 정지문  헐어빠진 쪽마루, 산화된 함석지붕 . 모두 옛날 고향의 모습인데 그곳에 살던 사람은 가고

태백산맥의 산자락에 위치한 이동네는 고추가 주생산물인 농가가 많은 모양이다

길거리나 집이나 볕좋은 날에 하루라도 빨리 말려할 고추는 주인들이 직접먹을 것이고

 판매할 고추는 이제 더이상 집에서 말리지 않고 생물을 그대로 상인들에게 파는 모양이다

그날도 꼭지딴 고추를 상자에 담아 출하를 하고 있었다.

분천역은 영동선에 있는 작은 역이다. 세명의 역무원이 삼교대로 역사를 지키고 있지만 차를 타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저 작은 역사 외벽에 왜 이 전개도를 그려놓았을까?

 

바깥에서 보는 역사의 모습과 달리 역안은 모두가 옛날 모습이다

 

 모든 것이 오래되었는데 화장실만은 깔끔한 현대식이다

어쩌다 오는 승객이지만  서비스는 제대로 한다는 느낌이 확들게 하는 정갈한 방석이 깔려있는 의자들

 

 

역무원들은 근무하는 틈틈이 꽃을 가꾼다

옛날 어릴적 고향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꽃 채송화와 과꽃.

 

한적하고 평화로운 것은 좋지만 이제 여기 사시는 어른들 돌아가시면 누가 여기에서 고추 말리고 토란 말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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