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가을이 무르익어요

렌즈로 보는 세상 2009. 10. 6. 21:39

 

21

 

고향

멀리서 바라보면 아득히  아름다움으로 아롱거리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곳의 삶이 무겁게 느껴지지요.

 

그러나 이 가을 만은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고향의 모습은

풍성하게 아름답습니다.

가을빛을 받은 마지막 남은 고추는 붉은 빛을 더해가고요

따가운 가을 햇살에 여자열매는 더이상 입을 다물지 못하네요

 

얌전하게 논두렁의 풀깍고 논 가장자리의 벼를 베어 말리면 이제 기계가 할 일만 남겠지요

 

바심한 팥과 콩, 호박건박,거기에 더해 감 깍아 말리면 이제 날이 추워져도 걱정이 없을 것 같네요

작은 암자의 조그만 텃밭의 고추도 빨리 거두어 말리고

추석에 시장으로 나갈 배를 수확하는 손길도 바빴습니다

고향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의 가을도 익어갑니다

구름사이로 비취는 햇살에 수수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답니다

손수레 가득 벼를 베어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머잖아 감나무잎은 떨어지고 이제 붉디붉은 감들만 남겠지요

 

고향집 마당가의 조이삭도 무거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고개를 숙입니다

이제 사과는 더이상 붉어질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일찍 익은 벼들은 서로 몸을 의지하여 쌀쌀해진 가을밤을 지새우며 헤어지지 말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감나무 밑은 떨어진 홍시가 널려있는데

이제 더이상 아침이면 이슬 밭을 발 적시며 홍시 주으러 가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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