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추억의 그림자

엄마가 된다는 것은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9. 14. 21:38

 

추석 차례를 서울에서 올렸다.

 

지난 겨울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에서 병원을 다니다보니

설을 어머님이 사시는 의성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여기서 차례를 지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지내고 나니

어머님이 제사는 이리저리 자식들 편한데로 들고 다니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며 한사코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하셔서 이번에도 여기서 지냈다.

아이들이 모두 이 곳에 있고 시누이들도 이 곳에 사니 여기서 지내면 어머님만 모시고 오면되니 그런 것은 편하고 좋았다.

 

집안도 없는 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나니 할 일이 없는 우리는

추석이라도 근무 때문에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위에게 제사 음식이라도 먹이고 싶어 어머님을 모시고 딸네 집을 다녀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집안을 둘러보다가 너무 예쁜 것들을 발견하고

와!  와! 하는 탄성을 질러댔다.

 

이제 임신 중반기를  보내고 있는 딸은

손바느질로 만든 신생아 옷이며 발 싸게, 손 싸게며 모자를 얼마나 앙증맞고 예쁘게 만들어 놓았는지

저애가 내 딸인가 싶었다.

(참고로 나는 솜씨라곤 없는 사람이다)

딸은 솜씨는 나보다 나은 편이지만 평소 차분하게 앉아 손 바느질이나 그런 것을 하고 있을 성격이 아닌데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딸애를 저렇게 크게 변화를 시켰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손 바느질 태교가 아이의 두뇌 발달과 인성 형성에 크게 작용한다고

배가 불러 앉아 있는 게 힘들지만 열심히 만든다고 한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와 비교하니 격세지감도 느껴진다.

그 때 시댁에 살던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밥에다

낮에는 과수원 농사 일바라지에 정신 없이 일하다가 밤이되면 정신없이 자기 바빴으니

아이들이 기대만큼 자기 일을 못 할 때면 좋은 태교을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늘 남아있다.

 

 

 

 

그렇게 제대로 된 태교가 아쉬웠던 나는

아이들이 결혼하면 좋은 태교를 위해 옆에서 힘 닿는대로 거들어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입덧을 할 때 옆에서 입에 맞는 음식을 해준 것 말고는

딱히 해준 것도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입덧으로 고생하는 시기가 지나자

딸은 바로 손 바느질을 배우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태교에 신경을 많이 쓴다.

 

 

 

 

처음에는 딸랑이나 모빌을 만들더니만

차츰 솜씨가 좋아지니 이젠 배냇저고리까지 만들었다.

 

한 땀 한 땀 바늘을 뜰 때마다 기울였을 정성과 아이에 대한 기원은

훗날 태어날 아이가 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될것이다.

 

 

 

 

우리가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사진을 찍고 하는 걸 본 남편은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으면 일년이라도 신겨야지 이렇게 작게 만들었으니

금방 못 신기게 생겼다고 걱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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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솜씨 좋은 건 당신을 닮았다고 좋아하신다.

 

이렇게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모두의 관심을 받고

딸은 엄마가 되어가는 훈련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을 맛보게 해주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걸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딸에게 말해주고 싶다.

"살다보면 지금처럼 늘 즐겁고 행복한 날들만 있는 게 아닐텐데

그 때마다 내가 낳은 아이의 엄마라는 걸 잊지말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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