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산 보던 시절

렌즈로 보는 세상 2011. 12. 10. 20:01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이런 날에는 뜨뜻하게 군불 지핀 아랫목에서

무명이불 속에 발 넣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깔깔 거리던 어린시절

 우리가 하던 산 보기가 생각난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
농촌에서 땔감으로 애용되던 것이

가을이면 낙옆으로 떨어진 나뭇잎들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적에는 산의 나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하러 산에 갔었다.

 

아버지가 베어놓은 마른 풀잎과

우리가 갈비라고 불렀던 낙옆을 까꾸리로 긁어 모으는 일을 서투르게 거들어서

 아버지가 칡넝쿨로 만들어준 끈으로

잎이 무성한 생소나무 가지로 포장하듯이 둘러싼 갈비를 한 짐 지고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무를 하는 시간과 해질 녁 산길을 걸어오는 동안의

우리 형제들과 아버지의 대화는 항상 평화롭고 화기애애했었다.


그렇게 즐겁던 시간도 고학년이 되면서 다 큰 딸에게

남자가 하는 일을 시킬 수 없다는 부모님의 의견과

이제는 그일을 부끄러워 못하겠다는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여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다음 일이 산의 나무를 다른 사람이 훔쳐갈까봐 지키는 일인 산 보기였다.

 

 

 


산 보러 가는 일은 아버지께서 볼일을 보러 집을 비울 때 하는 일이라

혼자 가거나 동생과 함께 갔었다.

 

햇살이 포근하거나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사각 거리거나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를 들으며

동생과 함께 흙 웅덩이를 파고 거기에 갈비를 불싸개(불쏘시개)로 속에 넣고

그위에 에스키모의 얼음집 형태로 굴피(소나무 껍질)을 쌓아서 불을 피웠다.

 

그러면 뜨뜻한 온기를 느끼며 

공기를 한다거나 땅 따먹기를 하며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나 날씨도 흐리고 스산한 겨울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

혼자서 산을 보러 가는 일은 정말 지옥이었다.

가기는 싫지만 어른들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어서

가긴 가면서 제발 나무를 훔쳐가는 사람이라도 있어달라고 기도하곤했었다.

 

 

 

 

"거 나무(남의) 산에서  소깝(소나무)  짜르는 이 누구이껴 빨리 나가소"
자기네 산이라고 주인으로서 큰 소리 질러보던 그 때도 그립고

 

                                                        뚱거리- 큰 나무기둥의 잘린 아래 뿌리부분
                                                        깨조배기 - 뚱거리 보다 작은 것 
                                                        맨자리 - 소나무 마른 가지 
                                                        갈비 - 소나무 낙엽 
                                                        검불 - 마른 풀잎   

                                                   등 여러가지 땔감을 해다가

마당이나 처마밑에 가지런히 쌓아두던 아버지의 모습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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