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내 어릴 적 봄은....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3. 22. 08:00

 

 

 

내 어릴 적 봄은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산과 들에서

냉이, 꽃다지, 쑥,달래를 캐던 소녀들의 모습과

아버지의 소를 몰아 밭을 갈던 모습

그리고 채 차거움도 가시지 않은 무논에서 가래질 하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 논두렁을 곱게 화장하듯 다듬던 일의 이름도 가물거리는데

어제 이웃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가슴 떨리며 셔터를 눌렀다.

 

 

 

 

 

 

 

 

 

 

이제 더이상 나물을 케는 것은 소녀들이나 아가씨들의 몫이 아니라 어른들의 몫이다.

옛날 봄철이면 어른들의 바쁜 일손을 덜어드리고

훌륭한 반찬거리였던 봄나물 케기는 이제 추억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소를 대신하는 경운기는 이제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농기구다.

그 옛날 쟁기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운기

아버지는 저 편리한 기계를 제대로 써보시지도 못하시고 힘겨운 농사짓기를 마무리하고 가셨다.

나는 지금도 경운기 소리만 들리면

아버지가 소를 재촉하던 '이랴이랴' 소리도 함께 들리는 것 같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긴 장화를 신은 남자들이 걸어온다.

가까이 오는 걸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일하는 모습을 찍어도 좋겠냐는 내 말에 그들은 흔쾌히 허락한다.

 

 

 

옛날 내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그들도 능숙하게 한다.

무명 바지를 걷어올린 맨다리의 모습이 아니라

긴 장화를 신어 다리를 뜨뜻하게 하고 말이다.

 

작은 산골마을이었던 우리 동네는 얼마 안되는 논들이 모두 천수답이라

봄에 논의 물 관리는 아버지 최고의 관심사이자 큰일이였다.

 

행여 논뚝에 두더지가 구멍이라도 내어놓았을까 두드리고

고운 흙으로 바르고

그렇게 물관리를 끝내면 바로 못자리를 하시었다.

 

 

 

 

그런 아버지를 도와 어머니는 밭일을 하시고

철없던 우린 따뜻한 날씨를 즐기며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놀았었다.

 

사진을 하는 즐거움과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을 함께 느낀 따뜻한 봄날 오후

추억에 젖을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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