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발이 그리운 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5. 28. 15:49

 

오전에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 관음사에 다녀왔다.

의성 읍내에 있는 포교당이라

군수님 과 국회의원님 등 많은 불자님들이 참석하여 행사를 치뤘다.

 

절 마당 연등 밑에서 하는 행사이다보니

후덥지근한 게 너무 더웠다,

절에 간다고 예절을 갖춰 입은 긴 소매 옷에다가

평소에 하지 않던 절까지 하였으니.....

 

 

 

 

 

집에 돌아와 옷을 훌훌 벗고 씻고 나니 좀 괜찮아진다.

때 맞춰 소나기도 한 차례 내려주니 더 시원하다.

 

양옥 거실에 누워 창문을 바라보니

옛날 자주 보았던 삼베로 만든 보자기와 발

모시한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유난히 여름 제사가 많던 우리집 제삿날이면  

아버지는 들일을 조금 일찍 끝내시고 돌아오셨다.

 

시원한 샘물로 집 뒤안에서 목욕을 하시고 난 뒤

엄마가 푸새질하여 다려놓은 모시 한복을 입으시고

마루 끝에 앉으셨다.

 

 

해질무렵의 초가집 추녀와 어우러진 아버지의 한 복 입으신 모습은

조금 전의 베잠방이 둥둥 걷고 들어오시던 농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깨끗한 선비의 모습이셨다.

 

거기에  한지로 만든 문집이라도 펴서 드시면

신선이 따로 없는 모습이였다.

 

 

 

 

 

한 여름

냉장고도 없던 우리집은

남은 밥을 보관 할 때면

바람 잘 통하는 초가집 추녀 끝에

대소쿠리에 밥을 담아 삼베보자기를 덮어놓았다.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에

어른들의 옷을 만들고 남은 조각을 모아 만들었던  엄마표 조각보는

어는 한 조각이라도 같은 게 없는

몬드리안이 울고 갈 예술품이었다.

 

 

 

 

 

그렇게 삽배 보자기와 모시한복은 내게 친숙한 것이었지만

모시나 삼베로 만든 발은 꿈에서나 그리던 물건이었다.

 

물론 힘들게 농사지어 9남매를 키우고 가르치던 부모님들께도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드리우는 베로 만든 발은 사치였겠겠지요.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철인데

나의 시원한 올 여름도 역시 

시원한 베로 만든 발을 그리워만 해야할 것 같다

'일상 > 옛날 옛날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정 고무신 신던 시절  (0) 2013.01.17
손 빨래 하던 시절  (0) 2013.01.04
내 어릴 적 봄은....  (0) 2012.03.22
겨울 밤에  (0) 2012.01.06
단발하던 날의 풍경  (0) 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