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손 빨래 하던 시절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1. 4. 14:59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서

어릴 적 겨울 아침에 소죽 솥 뚜껑 위에 물을 데워

찬 물을 타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물 묻은 손으로 쇠로 된 문고리를 열고 들어갈 때

그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던 느낌이 생각납니다.

 

또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걸레를 빨아보니 손끝이 빠질 듯이 시렸습니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어릴 적에는 펌프도 없던 시절이라

식수는 동네 우물에서 길어다 먹고,

냇물도 없던 산골동네라

빨래는 마을 앞 논 가운데의 웅덩이의 물에서 했습니다.


 그 빨래터는 마을 앞 논 가운데서도

항상 물이 잘 마르지 않는 늪지 같은 곳에 웅덩이를 파고

그 주변에 큰 돌들을 놓아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곳은 여름철은 그래도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마을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라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귀한 물도 마음껏 쓸 수 있고

동네 어른들이 하는 마을의 소식들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눈 소복하게 쌓이고 꽁꽁 얼어붙는 이런 겨울에

그곳에서의 빨래를 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뜨겁게 데운 물로 빨래를 불려서 그곳으로 가져가

넙적한 돌위에 옷가지들을 얹어 비누칠을 하여 손으로 문지르고

방망이질을 하여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굼질을 하는 과정이지요.

처음 빨래감에 뜨거운 느낌이 남아있을 때는

손이 시리면 뜨거운 물에 데워가면서 빨래를 하니 그래도 할만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 온기마저 식어버리고 차거운 물에 헹굼질을 할 때는
 손이 꽁꽁 얼고 빨아 놓은 옷가지들은 차가운 돌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지

 헹궈놓은 빨래들은 흘러내린 물로 고드름이 맺히니

그 힘듬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힘든 줄 몰랐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였지만

어매를 돕는다는 생각에 뿌듯한 느낌마져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힘들게 빨래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고, 들일도 하지 않지만

주부들이나 어린이들은

그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일까요?  어쩌면 그칠줄 모르는 욕심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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