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전시

핀 율 탄생 100주년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7. 12. 11:15

 

 

멋진 디자인의 가구를 볼 때 나는 행복하다.

그런 행복함을 내게 준 가구전시회를 다녀왔다.

이름하여 <핀 율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 이야기>

 

지금 대세로 가고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의 유행 패턴이

자연주의이고 인간적인 것이니

일찍부터 그것을 실현한 북유럽의 가구를 전시하는 대림미술관은

우리의 구미에 딱 맞는 전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오랜만에 찾은 대림미술관은 외벽은 핀 율과 그의 의자들로 장식되어 있다.

미술관 측이 이번 전시에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그럼 핀 율이 누구이길레 이렇게 공을 들이는지  알아보자.

핀 율(1912-1989)은 덴마크 가구가 세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할 무렵에 활발히    

       활동한디자이너로, 건축을 공부하였지만 자신의 집에 놓을 가구를 제작하면서

       가구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이는 기존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조형성이 강한 가구를 디자인

       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핀 율의 가구는 유기적인 곡선과 까다로운 구조로 제작이 쉽지 않았는 데,

       당대 최고의 가구 장인인 닐스 보더를 만나 비로소 탄생될 수 있었다.

       그는 덴마크보다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으며, 미국에 덴마크 가구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되었으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핀 율은 뉴욕의 UN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는 등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의 대표작은 이지체어 No. 45 (Easy chair No. 45) 와 치프테인(Chieftain

       chair)그리고 펠리컨(Pelican chair) 의자가 있다.

 

 

일층 전시실에 전시된 가구 드로잉은 오다 노리츠(도카이 대학) 교수가 선정하고

 환 획 한 획 정성껏 제작한 의자 드로잉이다.

 

빨간색으로 색칠한 의자들을 눈여겨 보고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그의 가구들을 좀더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전시에는 가구 컬렉터이자 북유럽 가구의 최고 전문가인

일본의 오다 노리츠 교수가 일생을 바쳐 모은 1,500여 점의 가구 중,

핀율의 대표작들과 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북유럽의 뛰어난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 도슨트 투어는 언제나 일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 시간에 맞춰서 이야기를 듣거나

스마트 폰 사용자라면 QR코드를 스캔하여 들을 수 있다.

 

도슨트 투어 시간은

평일 12시, 2시, 4시
주말 11시, 1시, 5시

 

QR코드
스마트 폰 사용자를 위한 QR코드 입니다. 스캔하여 사용하면 된다.

 

 

 


본 전시장인 2층 전시장에 들어서니 편안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핀 율의 의자들이 혼을 뺐는다.

 

 

멋지고 아름다운 그의 의자들 중에서

그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ASY CHAIR NO- 45 (1945. 디자인- 핀 율. 제작-닐스 보더)

깍아내린 직선도 없고 뾰족한 부분도 없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섬세하면서 우아한 매력과 조각적인 팔걸이와 섬세한 디테일이 백미인 의자이다.

이 의자는 핀율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모든 의자의 어머니'라 불렸다.

의자의 아랫부분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그가 건축학도 출신이여서 가능한 디자인이다.

 

(이지 체어 : 편안하게 늘어진 채로 휴식하기 딱 좋은 의자)

 

 

 

PELICAN CHAIR(1940. 핀 율)

핀율이 자신의 집을 위해 제작했다는 이 작품은 무려 72년 전에 제작되었단다.

펠리컨이 날개를 펼친 모습을 닮았다고 '펠리컨 체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72년 전에 만든 의자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이다.

 

 

 

 

EASY CHAIR (1948. 핀 율)

이 의자는 1948년 3개 세트로 케비닛메이커 길드전에 출품된 프로토타입이다.

이 의자에는 주목할 부분이 세가지다.

 

첫 번째는 한쪽 팔걸이에 설치된 황동소재의 날개형 컵 홀더다.

이 홀더는 평소에는 1 개의 컵을 놓을 수 있지만 플레이트를 펼치면 컵 2 개를 놓을 수 있어

옆 사람까지 수용할 수 있는 섬세함과 재치를 담고 있다.

 

두 번째는 양쪽 뒷다리 상단에 보이는 귀 모양  고리다.

 고대 이집트에 관심이 많았던 핀율의 아이디어로 필요하면 무엇인가를 걸 수도 있는 편리함을 보인다.

 

세 번째는 등판과 앉는 부분이 분리된 점이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분리된 구조를 한 의자가 거의 없었다.

 

(프로토타입 :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제작해보는 시제품)

 

이 의자의 현재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CHIEFTAIN CHAIR(1949. 핀율)

핀율은 아프리카의 조형성에 매료되어 생활용품을 수집하거나 연구했다고 한다.

이 의자는 여지없이 그 사실을 발산하고 있다.

 

1949년 케비닛메이커 길드전에 출품했을 당시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가 직접 앉아본 이후 유명해졌다.

체격이 건장한 국왕에게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었기에 처음부터 그를 위해 디자인된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왕의 의자'라고 하고 부족의 족장인 '치프테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처음 제작 당시 닐스 보더 공방에서 총 78개를 생산했는데 지금보고 있는 의자도 그 중의 하나이다.

 

현재 싯가는 1억원을 홋가한다고 한다.

 

 

 

 

 

이 공간은 북유럽의 리빙룸을 재현한 것이다.

이 공간은 월별 전시되는 전시물이 다르다.

이번 7월은 '썸머 파티'란 주제로 연출한 공간이다.

적은 일조량과 긴 겨울을 가진 북유럽에서 여름은 그야말로 축복이요 선물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그의 의자와 함께 하는 파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층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만나게 되는   핀 율의 집 이층 모형.

핀율이 29세에 설계해 이듬해 지어진 이 저택은

채광과 통풍을 중요시하고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섬세함이 보이는 집이다.

29세란 나이로 이런 집을 지은 그의 예술적 감각이 그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겠다.

 

 

 

이 층을 둘러보고 삼 층으로 올라갔는데

입구에서 보는 전시장 안이 캄캄하다.

북유럽의 춥고 긴 겨울밤 '흑야'를 생각해서 이렇게 연출한 것이란다.

주변이 깜깜하니 작품들에 집중하기도 좋다.

 

 

핀 율은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그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한 코너다.

가구를 제외하면 그의 작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그의 대표작인  뉴욕 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프로젝트는 그의 나이 38살에 진행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공간에서는 핀 율과 동시대에 활약했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까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세계에 알렸던 그들의 대표작을 연대별로 선보인다.

 

1940년대는 기능에 촛점을 둔 의자들이 주류였던 시기이다.

의자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우아하고 단순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직선적인,

억지부리지 않아 자연스럽고 따뜻한 디자인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CARD GAME CHAIR (BORGE MOGENSEN. 1944)

덴마크 가구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하여 가장 '덴마크스런' 디자이너로 꼽히는 보르게 모겐센은

재료의 손실을 최소화 한 기능적인 가구를 만들고자 했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카드게임용으로 만든 이 의자는

테이블 아래에 의자를 넣었을 때 다른 의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1950년대는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시기.

이 때의 디자인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간결한 형태를 갖는데,

 유기적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EASY CHAIR PK25(1951. POUL KJAERHOLM)

전통적으로나무를 주 재료로 사용했던 덴마크의 가구 디자인 전통에 반대하여

과감히 스틸 소재를 썼으면서도 유기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폴 키에르홀름의 덴마크 예술 공예학교 졸업작품이었다고 하니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의자다.

 

 

 

1960년대에는 기술의 발전과 신소재의 등장으로

재료와 디자인에서의 실험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진행된 시기이다.

 

 

 

PANTONE CHAIR(1960. VERNER PANTON)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의자'로도 불린다.

등받이에서 다리까지 인체공학적 곡선에 맞게 하나로 되어있다.

 

여러 개의 의자를 쌓아둘 수 있어 공간 효율 및 보관에도 용이하며

가격이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한, 그래서 가격도 낮게 형성된 실용적 의자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팬톤의 대표작이다.

 

 

 

 

이 가구들은 핀 율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가구들이다.

왼 쪽 의자는 스웨덴의 모더니즘 건축가이며 노르딕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에릭 군나르 아스프룬드의 작품이다.

핀 율의 작품에서 드러난 비대치의 유기적인 곡선, 등받이와 시트 사이의 틈 등이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WALL SOFA( 1950. 핀 율)

위의 두 가구에서 영향을 받은 핀 율의 소파.

좌우 비대칭을 이룬 팔걸이, 등 받이와 시트가 분리된 구조와 시원하게 펼쳐지는 커브의 아름다움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월 소파란 이름은 다리가 하나뿐인 디자인의 의자 뒷부분을 벽에 고정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의자들은 핀율을 비판한 디자이너들의 의자이다.

오른 쪽 의자의 디자이너 카렌 클린트는

덴마크의 현대가구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덴마크 가구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는 덴마크 전통 수공예를 적절히 사용하고 인체공학의 개념을 의자에 도입했으며,

전통적 양식을 가진 가구에 주목하고 지나친 장식을 배제한 기능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귀족적이며 , 희소성을 가져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힘든

핀 율의 디자인을 비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3 층 전시실을 돌아나오는 마지막 전시실에는

핀 율의 가구를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컬렉터, 디자이너,

그리고 대림미술관이 핀 율 가구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을 꾸민다

 

 

 

현재의 전시물은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의 설치작품 '마스터피스'는 핀 율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진 기념탑이다.

그에게 핀 율 가구는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

가구 본연의 기능, 명성, 장소를 벗어나 하나의 오브제로서 바라본 예술작품이다.

 

전시장을 돌아나오면서

나도 마영범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가 다시 찾고

또 남북전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던 그 시기에

이런 멋지고 우아한 가구들을 만들었던 그의 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살만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즈음

이런 멋진 가구를 디자인 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져서

서민들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디자인의 가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참고사항 : 지금 대림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기간 중

한 번의 입장권(일반인 2,000원)으로 주제가 바뀔 때마다 몇 번이든 가서 볼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시에 관한 모든 걸 볼 수 있습니다.

http://www.daelim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