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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성냥공장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8. 22. 07:07

 

 

어릴 적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난방과 밥을 해 먹던 시절

성냥은 없어서는 안될 발화도구였다.

어릴 적에 많이 보던그 추억의 성냥을

아직까지 만들어내는 곳이 이곳 의성에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성냥 생산 공장이다.

 

'성광성냥공업사'

성냥 만드는 작업을 촬영하려고 몇 번이나 찾았지만

번번이 작업하는 것은 보지 못하고  기계들만 찍기를 몇 번

드디어 어제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숨 헐떡거리며 공장을 찾았다.

 

 

 

 

 

 

 

의성향교 앞에 있는 공장을 찾아가는 길 어디에도 성냥공장이라는 표시는 없고

향교 정문 앞에 서니 허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 된 공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 가본다.

 

 

 

 

 

 

공장 입구에는 공장 건물만큼이나 낡아서 제대로 이름조차 읽을 수 없는

'성광성냥공업사'란 간판이 철사에 의지해 삐뚜름하게 걸려있다.

'이렇게 회사의 형편이 어려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부분의 공장의 문들이 닫혀있다.

일거리가 많으면 모두 열려있을 문들이 아닌가?

회사 사정이 넉넉잖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중후한 모습의 인상 좋은 어른이 계신다.

'성광성냥공업사'의 손진국사장님이시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성냥 만드는 과정이나 찍어보자고 들렸다가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로 작업과정을 둘러보고

 회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1954년 처음 문을 연 '성광성냥공업사'

농경사회의 끝을 달리던 그시절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하던 시절이라 직원도 162명이나 되었고,

 성냥곽 만드는 것이나 성냥을 통에 담는 것을 가내수공업으로 하던 시절이라

의성읍 모두 성냥공장이라는 소릴 들을 만큼 의성경제를 살리던 공장이였다.

 

 

 

 

 

 

 

 

그러나 빠른 경제발전으로 인력이 새로 생긴 산업체로 빠져나가고

일손을 잃은 공장은 20여 년 전부터는 기계화가 되었다.

지금은 직원도 10명에 불과하다.

 

 

 

 

 

 

또 전기와 가스가 난방과 조리를 책임지고부터는

성냥의 수요는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가정용 성냥의 생산량보다 홍보용 성냥의 생산량이 훨씬 많은 시절이 되었고

성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공장의 기계는 서있는 날이 많아지고

전국에 그 많던 성냥공장은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이 '성광성냥공업사'만 남아있다.

 

 

 

 

 

 

어쩌다가 돌아가는 기계가 안타까웠던지

발화액을 혼합하는 곳의 시계는 항상 3시를 넘은 시간에 멈춰져있다.

활발하게 기계가 움직이는 그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성냥공장 '성광성냥공업사'.  

몇 천 년 전의 조상들의 자취도 돈을 들여 복원하는 지금

남아있는 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일 텐데.....

 

 

 

 

 

 

공장 뜰 시멘트 사이에 난 풀도 뽑아 깨끗한 사업장을 꾸려나갈려고 하시는 손진국사장님,

18세에 공장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힘겹게 걸어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하신다.

평생을 몸 바쳐 일구어 온 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당신 생전에 절대로 볼 수 없어

지원 받을 방법을 찾아 백방으로 노력해보지만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시단다.

 

 

 

 

 

공장의 굴뚝은 모두 세 개,

 이 굴뚝 모두에서 연기가 나는 날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사장님의 바람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해오는 이 '성광성냥공업사'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