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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능선이 아름다운 구봉산의 가을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0. 26. 14:17

 

 

 

의성읍에 있는  시댁을 드나들면서 구봉산을 바라본 것이 30년을 훌쩍 넘겼다.

읍의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서쪽을 돌아 흐르는 남대천을 따라 꿈틀거리는 구봉산의 능선은

봄이면 파릇파릇한 새싹 돋는 모습도 아름답고,

여름의 싱싱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움도 아름답다.

겨울의 앙상한 가지들과 산의 능선이 어우러졌을 때의 해 질무렵의 모습도 너무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올 가을의 단풍 든 모습도 다른 계절에 못지않게 너무나 아름답다.

 

 

 

어머님이 계시는 의성을 자주 드나들게 된 요즈음은 구봉산을 자주 오르게 되는데요.

오늘은 구봉산의 아홉 개 봉우리 중 마지막 봉우리인 문소루가 있는 구봉에서 시작해서 올라가 봅니다.

오른쪽 봉우리 위에 우뚝선 누각이 문소루이지요.

 

 

 

문소루 밑에 있는 작은 절 입구에는 이런 석불이 잠시 발걸음을 붙잡네요.

토굴이라고 하기도 그런 작은 바위산 속 구멍에 모셔져있는 석불은

오래되어 이끼는 끼지 않았지만 자태는 사람의 마음을 가다듬게 하네요.

 

 

 

문소루 올라가는 길, 떨어진 단뭉이 어지럽네요.

나무에 달린 화려한 단풍보다 떨어진 단풍이 더 시선을 끄는 때가 많아지는 요즈음이지요.

떨어져서도 그 몸을 불살라 거름이 되는 그들의 마음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구부러진 단풍 길 따라 올라간 곳에 우뚝 선 문소루의 자태가 의젓하네요.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 안동의 영호루()와 함께  영남지방의 사대루로 불렸던 

문소루(聞韶樓)는 고려 때 지어진 누각이라네요.

문소루는 몇 번의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가 지금의 모습은

1983년 9월 옛 모습을 되살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2층 문루로 복원되었다네요.

 

 

 

구봉산 제9봉에 있는 문소루에 올라보니

 노오랗게 물든 은행잎이  맑은 햇살에 네 폭의 병풍을 두른 듯 하네요.

 

 

 

문소루를 돌아보고 산을 오르는 길 오른쪽에 이런 불망비들이  보이네요.

아마도 각기 다른 곳에 있던 것을 모아 놓은 것 같은데

불망비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니  의성에도 훌륭한 덕을 기려야 할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다음에는 이 비석들을 찬찬히 들여다봐야겠어요.

 

 

 

구봉산 제 8봉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본 의성읍 

 

 

 

구봉산의 꿈틀거리는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눈 앞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풍경이 그림같습니다.

어릴 적 고향의 과수원밭이 생각나는 이런 풍경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해지지요..

 

 

 

 

 

빛 받아 반짝이며 불타는 단풍이 머무는 아름다운 구봉산.

애써 멀리가지 않아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네요.

 

 

 

 

 

 

자주 산을 오르지 않던 사람이라 숨 할딱거리며 올라가서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구봉산,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길이면 돌 무더기 위에 작은 돌 하나쯤 얹어놓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도 하며 걸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햇살 따사롭고 청명한 오후에 찾은 구봉산은 동,서,남,북 어느곳이든  눈을 돌리면 어릴 적 고향의 모습으로 익어가는 가을이네요.

 

 

 

 

 

구봉산의 제 1봉인 봉의정 조금 아래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화산(死火山)인 금성산에서 옮겨온 검고 커다란 바위들이 나란히 놓여 있네요.

  화산바위 사방으로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울타리 앞에는 '소망공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 위에는 두 손을 모아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자그마한 조각이 얹혀 있다.

 2001년 '새 천년'의 첫 해 초하루에 의성군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비를 만들었다네요.

 

 

 

구봉산 봉의정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봉산의 꿈틀거리는 봉우리와 남대천이 휘감아 흐르는  의성읍으로

때마침 경상북도를  순환하는 관광열차가 지나간다. 

경상북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작은 읍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의성읍의 모습이 넘어가는 햇살에 짠하다.

 

신라 벌휴왕 2년 신라에 병합 이전에 조문국이라 불렸고,

신라 경덕왕 때는 문소국이라 불렸다가 고려초에 의성부로 승격하여 조선 고종 32년애 의성군으로 불려 지금까지 이어진 의성군 의성읍

노인들만 가득한 이곳이 언제 활기찬 모습이 될 날이 있을까?

 

 

 

수도사를 지나서 내려오는 길,

남대천에도 단풍이 내려앉았네요.

 

점심을 먹고 올랐던 구봉산, 사진을 찍으면서 느릿느릿 걷다가 보니 어느덧 해가 늬엿거린다.

아홉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코스라 높이(211m)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아직 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지요.

 

 

 

다음날 아침 다시 찾아간 구봉산으로 가는 길,

남대천 체육공원 옆의 길에도 단풍이 흐드러졌네요.

 

 

구봉산 작은 골짜기에 있는 절 수도사로 가는 길.

남대천을 건너는 작은 다리는 흐릿한 안개 속에 고요하네요.

 

 

 

다리를 건너 수도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소원정(溯源亭)이 서 있다.

이 누각은 조선 숙종 때의 효자 선비인 오천송(吳千松, ?∼1639)을 기려 세웠다고 하네요.

 

오천송의 효심에 관해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오천송은 아버지의 묘가 있는 구봉산 너머와 어머니가 계시는 읍내의 중간쯤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아마 지금의 자리쯤이었을 것 같다.)

묘소도 지키면서 동시에 아침저녁으로 어머니를 찾아뵙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루는 폭우가 쏟아져 남대천 물이 크게 불어났다.

그는 간절히 기도를 올렸는데, 지극한 효심에 하늘도 감동한 것인지 문득 강물이 좌우로 좍 갈라졌다.

그는 남대천을 무사히 건너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소원정을 지나 수도사로 올라가는 길에 돌아본 가을이 무르익은 소원정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네요.

읍내에서 5분만 걸으면 이런 한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구봉산 너무 멋지지 않나요?

 

 

 

구봉산 가장 높은 봉우리 밑에 자리한 수도사가 고즈넉하다.

높지는 않지만 숲이 무성한 산 구봉산 속에 있어서 이른 아침 잠깐 햇살을 볼 수 있는 절 수도사.

오래되어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산을 오르다가 만나면 잠시 숨 돌리며 마음 가다듬기 좋은 곳이지요.

 

 

 

 

 

문소루에서 시작한 산행길의 마지만 지점에 있는 있는 봉의정.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이 있는 이 산을 의성군에서는 '구봉자연휴양림'이라 합니다.

나지막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뜻일 테지요.

 

구봉산,30여 년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가까이서 만난 시원한 숲과 아름다운 길이 일품인 이길을

단풍 흐드러진 올 가을에 걸었던 날은 오랫동안 내 추억에 남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