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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아름다운 병풍을 둘렀을까?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0. 29. 07:46

 

 

나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니기를 좋아한다.

목적이 있어서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목적 없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할 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풍경이

"아!"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 때 느끼는 그 행복이 또 다른 기웃거림을 있게 한다.

 

며칠 전에 경북 의성군 사곡면 양지마을에서 옥산면 실업으로 가는 길,

구불구불 올라간 고개마루에서 만난 풍경은 그런 행복이 솔솔 솟아나는  풍경이었다.

 

구불구불한  고개에서 만난  발 아래 펼쳐진 산들은

'누가 이곳에 이런 아름다운  병풍을 둘렀을까?' 싶게 환상적이었다.

 

 

  

 

 

 

 

 

 

 

 

 

 

 

 

 

큰 산

        김용택

날이 저문다
날이 저물고
어두워질수록
산은 길들을 다 거두어들이고
샛길 하나만 산 밖으로 열어둔다
산은 자기 밖에 있는
온갖 나무와 풀들, 온갖 짐승들까지
자기 품으로 불러들여 감춰주고
자기보다 작은 산들도
큰 품으로 감싸안으며
자기 또래의 산에게도 멀리 봉우리를 기대어주며
산은, 사람들이 잠들 어둠과
별들이 반짝일 어둠과
강물이 길 찾을 수 있는 빛만
하늘에 놓아두고
어둠이란 어둠, 빛이란 빛은 다 불러
제 얼굴도 감추고
넉넉하게 우뚝 솟으며
캄캄하게 선다

산은 안다
인간들의 길고 긴 세월을
얼마나 쓰다듬어주고
얼마나 품어 기운을 주었던가를
이제, 오늘 밤
마을 불빛들도
하나 둘 산속으로 불러 잠재우고
산은 먼 곳을 보며
슬픈 것도 기쁜 것도 힘든 모양도 아닌
그냥 산의 모습으로
아직도 잠들지 않은
산자락 아래 깜박이는
몇 개의 등불을 따뜻하게
그냥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