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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마을 이야기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2. 08:49

 

 

 

지난 일요일에 다녀온 한밤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경주의 양동마을처럼

오래된 기와집들이 그득한 동네는 아니였지만

많지 않은 기와집은 그 집들만의 특색이 있는 동네였다.

특히 남천고택은  우리 안동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안채가 있는 집이였다.

 

 

 

한밤마을 입구에는 구불구불 용트림하며 자란 소나무 숲 사이로 이런 두 개의 비석들이 있어 안내문을 읽어본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집하여 이 솔밭에서  훈련을 시켜

당시 일본군의 보급 거점인 영천성을 수복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송강 홍천뢰 장군과 그의 조카 홍경승 장군을 기리고 추모하는 비이다.

그럼 이 소나무들이 대체적으로 수령이 400년을 넘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닌 것 같고 장소가 이곳이라는 얘기인 것 같다.

 

 

 

 

돌담이 아름답기로 전국에  소문이 자자한 한밤마을은 부림홍씨 집성촌이다.

950년경 남양 홍씨에서 갈려 나온 부림 홍씨의 시조 홍란이란 선비가 입향하면서 촌락을 형성했다.

마을은 본래 심야(深夜) 또는 대야(大夜)라고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1390년경 홍씨 14대손 홍로가 역학적으로 밤 야(夜)자가 마을에 좋지 않다며 대율(大栗)로 고쳐 불렀다.

한밤은 그 대율의 이두 표현법이다.

 

 

 

 

 

한밤마을에는 마을 가운데 대율사란 절이 있다.

1972년 마을 인근에 있던 석불을 모시면서 지은 절이다.

전통마을에 절집이 함께있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다.

그만큼 이곳 주민들의 생각이 깨여있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전체적인 면에서는 큰 얼굴,  유난히 큰 손, 긴 하체 등이 균형을 깨뜨리고 있으나

당당하고 세련된 면모를 보이고 있는 9세기 통일신라불상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귀중한 석불입상은 보물 제 988호이다.

 

 

 

남천고택을 가다 만나게 된 동천정

몇 안되는 기와집이라 들여다 보고 싶어도 문이 잠겨있다.

 

 

 

남천고택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오른쪽은 대청이고 왼쪽은 남천고택(상매댁)이다.

 

 

대율리 대청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262호)

 

이 대청(大廳)은 조선 전기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그후 여러번의 중건과 소실을 거듭하다가

1992년에 건물을 완전 해체하여 부식재와 기와를 교체하고 계단을 보수하였다.

대청은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율리(한밤)마을은 전 지역이 통일신라시대에 사찰지였고,

이 대청은 종각 자리였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시대 변천에 따라 근대에는 마을에서 필요한 서당으로도 사용하고

지금은 마을에 집회가 있을 때에 집회 장소로도 이용하고 있다.

 

 

 

남천고택의 현대식 사립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쌍백당이라는 이름을 단 남천고택의 사랑재가 보인다.

 

남천고택(상매댁.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 357호)

 부림홍씨 집성촌인 대율리에서 가장 큰 집이다.

쌍백당이라고 불리는 이 집은 250여년 전에 부림홍씨의 후손인

19세손 우태의 살림집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사랑채인 쌍백당 대청 상부에 남아있는 기록으로 보아  헌종 2년 1836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가옥의 형태는 흥(興)자 형이었으나

현재는 ㄷ자형의 안채와 一자형의 사랑채 그리고 사당이 남아있다.

 

 

ㄷ자형 안채는 우리 안동지방의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다락이 있다.

 안채 대청 위에 있는 다락(작은 창문 안)은 과일 등을 보관하기도 하고 여름철 피서의 용도로 쓰기도 하였다. 

가운데 용마루가 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허리를 펴고 설 수 있는 구조로

실용주의 개념을 건축에 도입한 예로 볼 수 있는 살림집으로 주거사 연구에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돌담이 아름다운 한밤마을이라

남천고택의 사당도 돌담이 둘러싸고 있다.

 

 

 

남천고택에는 우리가 좀처럼 보지 못하던 무쇠로 된 물독이 있다.

주로 옹기로 만든 독을 물독으로 썼었는데 이집은 특이하게 무쇠독이다.

무쇠가 옹기 항아리보다는 비쌌다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남천고택의 살림살이는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부엌 위에 있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곳에도 이런 난간을 설치해서 편리함을 추구한 남천고택.

 

 

 

저기 열린 마루문 위로 작은 창문이 다락이다.

 

남천고택은 건물의 칸 수에 비해 살창이  많은 집이다.

안채의 양쪽방에는 살창을 내어 빛을 방으로 많이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했다.

 

 

 

 

 

 

돌답길이 아름답고 팔공산의 산세와 함께 오래된 고택이 아름다운 한밤마을은 우리가 갔던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남천고택도 한옥체험을 하고 있다.

 

 

 

남천고택의 안마당에 있는 장독대가 가지런하다.

남천고택은 내년부터 숙박을 하는 손님들에게 식사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런 항아리에서 잘익은 된장을 먹는 맛은 일품일 것 같다.

그것도 오래된 한옥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