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차를 타고 청송을 갈 때 지나가면서 언듯언듯 보이는 동네는
유난히 감나무가 많고 감나무 사이로 기와집들이 많은 동네였다.
늦은 가을에 감나무가 많은 동네는 어떨까 싶어
어제 해 질무렵에 찾은 동네에서 소계당이라는 오래된 집을 만났다.
처음으로 만난 소계당은 오래되어 무너지고 헐어진 집이였지만
어릴 적 어머님의 손길로 가득했던 익어가는 가을의 모습이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소계당의 사랑채
경상북도문화재자료 376호인 소계당은 현 소유자의 6대조인 남정기가 세웠다고 전하는 가옥이다.
1800년경 지었으며 안채, 사랑채, 문간채로 구성된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사랑마당에 一자형 사랑채를 남향으로 배치하였고 그 뒤로 ㄷ자형 안채가 있어 전체적으로 트인 ㅁ자형 구조를 보인다.
사랑채 마루 위에 있는 소계당 현판 밑에는 조상들의 신위를 모셔 둔 감실이 있다.
따로 사당이 없이 벽감이 있는 게 특이하다.
문간채에서 바라보는 사랑채 사랑채에서 들여다본 안채
대문이 두 개인 소계당은 대문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입춘방이 붙어있다.
예전 어릴 적 아버지가 써서 붙인 던 것을 이 고택에는 지금도 써서 붙이네요.
오래된 집의 후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네요.
사랑채의 쪽마루와 안채의 대청에는 자손들에게 줄 대추며 콩,팥, 무말랭이 등을 말리고 있네요.
지난 봄부터 뜨거운 여름을 거치는 동안 이렇게 익은 낟알들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갔을까요?
그 손길의 끝에는 늘 자손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을 것 같아 마음이 짠하네요.
안채 마루 실겅(시렁)에는 겸상을 할 수 있는 소반들이 가득하다.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드나들었으면 20 개 정도의 상이 있는데도
안주인은 "다 버리고 지금은 얼마 안남았다"고 할까?
소계당의 중방(기둥과 기둥을 연결해서 균형을 잡는 나무)은 못만 밖으면 훌륭한 걸이가 된다.
겨울에 먹을 시래기도
막걸리나 묵, 엿기름을 거를 때 쓰던 쳇다리도
내년에 심을 옥수수도 이곳에 몸을 의지하네요.
소계당에는 아직도 물을 길어 쓸 수 있는 우물도 있고 그 우물가에는 올망졸망한 장독대가 가지런하다.
장독대를 보면 그 집 안주인의 살림 솜씨를 알 수 있는데....
안주인인 조임형 할머니의 살림솜씨는 말 안해도 알만하네요.
소계당 사랑부엌의 가마솥 소계당 문간채에서 바라 본 왕버들
뒷쪽에서 본 소계당
감나무가 많은 마을이니 돌담 안밖은 모두 감이 익어가는 풍경이 정겹네요.
소계당 안주인은
" 담도 허물어졌고 하니 집에 별 것도 없는데 도둑이 얼마나 드는 동 밤에는 겁이 난다고 했더니 아들이 이렇게 해놓았니더."
라고 하신다.
소계당은 담도 벽도 허물어진 곳이 많다.
주인이 살고는 있지만 한옥을 보수하는 데에는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니
빠듯한 살림에 손 쓸 엄두도 못내고 이렇게 포장을 덮어놓고 있다.
이런 한옥이 우리문화의 근간일진데 당국의 지원으로 말끔하게 수리 되어
소계당의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소계당 앞에는 400 년이 넘은 버드나무가 있다.
둘레가 9m나 되는 아주 크고 오랜 된 나무지만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인간의 도움을 받는 신세가 되었네요.
소계당 안주인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오른쪽 가지와 왼쪽가지 양쪽에 그네를 맬 정도였다는데
지금은 제 한 몸 가누기도 힘이들어 보이게 비스듬하게 넘어가고 있다.
마치 소계당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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