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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익는 마을, 윤이실의 겨울채비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16. 10:15

 

 

 

어릴 적 우리집 마당가에는 감나무가 많았고

앞 산너머에 있는 밭에도 범바위골 밭둑에도 감나무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감나무가 많은 동네를 보면 고향이 생각난다.

 

특히  붉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을 감나무는

고향이 생각나는 것과 동시에

홍시로 곶감으로 또는 삭혀서 먹던 추억이 있어

 늘 달콤한 배부름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유난히 감나무가 많은 윤이실은 그런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서 좋다.

어제 오후에 찾은 윤이실은 역시나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듯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감들이 나를 반긴다.

 

 

 

 

 

 

 

 

 

 

 

 

 

 

 

 

 

 

 

 

 

  

 

 

마을 전체가 감나무가 있는 동네라  어느 골목 ,어느 담 모퉁이를  돌아가도 감나무가 반기는 윤이실은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고 이제는 겨울채비로 바쁘다.

겨울동안 채소를 얼지 않게 보관하는 비닐하우스도 만들고

겨울 방안의 향긋한 향을 위해 가을 국화도 꺽어 꽃도 말리고

콩도 도리깨 질로  타작을 하여 메주를 쓰기위해  말리고

무도 썰어서 손주들에게 맛있게 민들어 줄 무말랭이도 말리고

대추도 따서 곱게 망에 싸서 얌전하게 말린다.

 

 

 

 

 

 

 

 

 

 

 

 

 

 

 

 

 

 

 

 

 

 

 

 

 

 

 

 

 

 

 

 

 

 

 

감홍시 빨갛게 달려있는 윤이실마을의 겨울초입은 겨울채비로 바쁘다.

내년 김장을 위한 마늘 심는 손길도 바쁘고

소여물로 쓰기 위해 거둬들이는 볏집을 모으는 손길도 바쁘다.

이래저래 바쁜 겨울채비에 감나무의 감은 언제 딸지 기약도 없다.

 

 

 

 

 

 

 

 

 

 

 

 

 

 

 

 

 

 

 

 

 

 

 

어릴 적 앞 산너머로 범바위골로 찬 서리 내린 이슬밭을 헤치고

 검정고무신 적셔가며 감홍시 주으러 다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윤이실의 감나무 밑은 홍시가 지천으로 떨어져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다.

 

세월따라 감나무도 늙고 그 감나무의 주인들도 늙어서

이제 감을 딸 시간도 감을 딸 기력도 없고,

노인들만 사는 마을이다보니 내 어릴 적처럼 감홍시를 주으러 다니는 꼬맹이들은 더더구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