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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지랑이(嵐)가 구름(雲)으로 피어오른다는 아름다운 이름의 절 운람사(雲嵐寺)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21. 12:01

 

 

지난 여름

석탑을 보러 의성읍에서 안평으로 가는 길

고개를 거의 다 내려갈 무렵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에

문화재가 있는 절이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지만

그날은 시간이 없어 찾지 못하다가

며칠 전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궁금하여 다녀왔다.

 

그렇게 찾아간 천등산 꼭대기의

산 아지랑이(嵐)가 구름(雲)으로 피어오른다는

아름다운 이름의 절 운람사(雲嵐寺).

보물 1646호인 초조본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佛說迦葉赴佛般涅槃經).

부처님의 제자인 마하가섭보살이 열반에 든 부처님을 찾아간다는 경전>

불교박물관으로 가고 없고

보광전의 아미타 목조 여래좌상과

신라말이나 고려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젓한 3층 석탑이 우리를 반긴다.

거기에 더하여 절 이름과 너무도 어울리는

발 아래 펼쳐진 첩첩이 둘러친 산들이 큰 가슴으로 우리를 반긴다.

 

 

 

 

운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고개를 드니

옷 벗은 나목들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 유난히 빨간 게 눈에 띈다.

감이다.

모두 따고 달랑 두 개만 남겨놓은 까치밥이다.

절집답게 모두 따지 않고 남겨놓았다는 게

운람사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아 발걸음도 가볍게 절로 올라간다.

 

 

 

 

운람사는 천등산에서도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높다란 석축 위에 올라앉아 있다.

그래서 절에 오는 사람에게 선뜻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주문도 거치지 않는 절이니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뜻일 게다.

 

 

 

석축을 올라가 본다.

투명한 이른 겨울 오후의 햇살에 탑을 가운데 품은 절집이 고즈넉하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

고운사의 말사인 운람사는 천등산 정상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다.

통일 신라 신문왕(682-692) 때 의상조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운람사가 위치한 지형의 형국이 구름 가운데 반달이 솟은 형상이라

산 아지랑이가 구름으로 피어오른다는 뜻으로 운람사라 이름을 지었단다.

 

 

 

운람사의 건물들을 바라보고 뒤로 돌아서본다.

어느 불자가 깍아세운 애처로운 솟대 너머로

첩첩이 둘러친 산 병풍이 장관이다.

이러니 운람사란 절 이름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운람사의 법당인 보광전

이 전각안에 있는 주불인 아미타 여래좌상에서

복장유물(腹藏.배속에 넣어둔 유물)이 발견되었다.

 

 

 

보광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조선전기에 조성 된 것으로 보이는 이 불상은

하반신에 비하여 상반신이 길고도 튼실하다.

이 부처님의 복장에서는 나온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佛說迦葉赴佛般涅槃經)은

보물 제1646호로 지정되었고

함께 나온 복장유물 27종 165점도

이 부처님과 함께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8호로 지정되었단다.

그런 유물들을 안고 오랜 세월 견뎌오신

부처님이 참 대견스럽다.

 

 

 

운람사 보광전 앞에 있는 3층석탑.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탑은

 탑리 오층석탑에 비해 웅장한 맛은 없지만

이찌 낀 모습으로 발 아래 펼쳐진

산들을 굽어보고 있는 자태가 의젓해서 좋다.

 

 

 

탑 옆에 있느 스님의 처소.

이른 겨울 오후 햇살에 탑의 상륜부의 그림자가

건물에 비친 모습이 한적한 산사의 스님을

지켜줄 것 같아 보여서 흐뭇하다.

산속의 추위가 얼마나 매서울까?

올 겨울을 지켜줄  털신이 포근하다.

 

 

 

보광전과 스님의 처소 사이에 있는 작은 산왕각도 다정하다.

저 작은 건물이 없었다면 뒤에

새로 지은 삼성각이 너무 도두라졌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운람사에 올라 수도가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허리를 편 길손이라면 멀리 산을 바라보면서

걸어온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볼 것 같다.

 

 

 

운람사의 가장 위에 있는 전각인 삼성각 앞에서 바라본 풍경

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안개 휘감아 도는 날이나

구름 산허리를 감싸는 날이면 

절의 이름과 너무나 조화로운 풍경에 가슴이 먹먹해질 것 같은 풍경이다.

 

 

 

 

운람사에는 150 년이나 된 모과나무가 있다.

우뚝솟은 높은 키 때문에 머리에는 아직도 열매를 그대로 이고 있다.

그 모습이 겨울이 되어도 너무나 정겨울 것 같아서 좋고

요사채 마루에서 햇살 받아 달콤해져가는 감도 정겹다.

 

 

 

 

 

운람사는 아직도 군불 지피는 방이 많다.

높은 산 속의 작은 절집이니

기름이나 전기로 방을 데울 정도로

경제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날 저무는 운람사.

지개를 지고 나무를 져나르는 사람이 정겨운 절 운람사

그곳의 군불 지핀 방에서 하룻밤을 꼭 묶어보고 싶다.

 

 

운람사의 요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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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오후 햇살 따사로운 날에 찾은 운람사.

천등산이라는 산 이름에 걸맞게

산을 구비구비 돌아 올라간 길도 아름답고

날 맑은 날이라 금성산도 팔공산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산 아지랑이 구름으로 피어나는 봄날에  다시 찾아서

절집과도,

석탑과도,

 아미타불과도 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