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문래창작촌을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이라 철재상가와 철공소들이 문을 닫은 곳이 많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귀를 찢을 것 같은 쇳소리와 번쩍이는 용접불빛과 함께하며 골목골목을 누비다 만나게 되는 벽화들과 전시품이 있는 문래동,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가서 두리번 거려보지만 여느 지하철역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 별다른 풍경이 보이지 않아
일단 직진으로 조금 걸어가니 안내데스크가 이곳에 '문래창작촌'이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창작촌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손님맞이 화분들에서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성향을 살짝 엿보면서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오래 된 철제상가와 철공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 거친 풍경들로 가득한 문래동은
60~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철강의 메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철공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그런 철강재 메카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몇 년 전부터 가난한 예술인들이 둥지를 틀면서 '문래창작촌'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창작촌의 건물들 1층에는 아직도 철공소에서 나는 쇳소리와 용접불빛이 진동을 하지만
2, 3층에는 예술인들의 창작열기가 뜨겁답니다.
철강산업이란 게 예술과 잘 어울릴 것 같지가 않은데 어째서 예술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철강산업과 예술 둘 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자유분방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지나치게 깔끔하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작업을 할 수가 있어서일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시대를 초월하여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허름한 작업실의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낮에는 철공소가 주인이 되고 밤에는 예술인들이 주인이 되는 문래창작촌은
미로찾기처럼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보는 작품들과 벽화들에서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제대로 알고 간다면 그곳에 입주한 작가들의 거리축제와 전시회 그리고 공연을 볼 수도 있습니다.
철강작업의 메카로서의 위용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창작을 위한 예술가들의 고뇌가 함께하는 '문래창작촌'
그곳에 가면 또 다른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언제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러 밤에 한 번 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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