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동 아지매의 서울 구경

남산을 오르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사람들은 알랑가몰라 -서울성곽길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5. 2. 06:54

 

 

 

 

 

어제는 남산을 올랐습니다.

세 번째로 올랐던 남산,

이전에 두 번 올랐을 때 큰 감흥이 없었던 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올랐습니다만 이번은 달랐습니다.

남산을 오르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었나 싶게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에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다녀왔습니다.

 

국립극장쪽에서 올라가다가 만난 서울성곽을 따라 남산을 오른다는 안내판을 보고 무조건 들어선 길은

500개의 나무계단으로 되어있는 조금은 힘들게 올라야하는 길이라 사람들을 어쩌다가 만날 수 있어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

 

신록의  이파리들에서 뿜어져나오는 아름다운 빛과 어우러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쌓아올린 성곽의 각양각색의 돌들,

거기에 때 늦은 벚꽃의 화사함까지 더해져서 만들어진 그림은

 이런 풍경을 보고 요한 스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 같은 환상적인 음악의 한 소절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올려다봐도

아픈 다리를 쉬면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봐도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꿈틀거리는 서울성곽을 따라 남산을 오르는 길은

저를 두 번의 실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길이였습니다.

 

 

 

 

 

 

 

 

 

 

 

 

 

 

 

 

 

  

 

 

 

 

 

 

 

 

 

 

 

 

 

 

 

 

 

첫 번째 본 남산

첫 번째로 남산을 올랐던 것은 까마득한 옛날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을 왔을 때였습니다.

1960년대 말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던 무렵이었지요.

새벽같이 일어나 어매가 삶아 준 고구마와 땅콩 등 간식과 멸치와 단무지를 넣은 김밥을 들고

완행열차를 타고 하루종일 와서 해가 늬엿거릴 때 쯤 서울에 도착한 우리는

서울역에서 가까운 남산 밑에 있던 대구여관이란 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튿날 걸어서 올랐던 남산은 얼마나 높던지요.

힘들게 올라서 바라 본 서울은 또 얼마나 넓고 왠 집은 그리도 많던지요.

시골 조그마한 동네만 보던 눈에 서울이란 곳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큰 동네였던 기억만 남아있지

아름답다거나 그런 추억은 전혀 없는 기억이지요.

 

 

 

 

 

 

 

 

 

 

 

 

 

 

 

 

 

 

 

두 번째  본 남산

 

50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 작년에  남산을 갔을 때는 장춘단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오르내렸기 때문에

산이 아름답다는 것은 모르고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무수한 아파트와 빌딩에 둘러쌓여 섬처럼 남아있는 남산 정상은  자물쇠들로 가득한 낯선 풍경이였습니다.

10년 전 쯤에 전 중국을 여핼할 때 천자산에서 보았던 그것과 너무도 닮아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두 번째 남산을 올랐을 때도 역시 별다른 추억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인 이번 서울성곽길을 따라 남산을 올랐던 길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안고 온 즐거운 길이였습니다.

그길은 차를 타거나 도로를 따라 걷는 편하고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가파른 계단으로 된  조금은 힘든 길을 따라 걸었던 제게 남산이 준 선물이였습니다.

 

여러 이웃님들도 이 길을 선택한다면 저처럼 선물 가득 안고 오는 즐거운 남산행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