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연

눈시울 촉촉해지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6. 18. 10:40

 

“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서
계속 평범하게 살다
죽는 거
그런 거”

남파간첩 원류한(김수현)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어제 보았다.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은 훌륭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나는 영화가 설령 시나리오와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록 남파간첩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영화 전반에 사람 사는 잔잔한 감동이 베어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래서 좋다.

 

 

 

북한의 남파특수공작원 5446 부대의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한(김수현), 리해랑(박기웅), 리해진(이현우)

세 사람은 5446부대의 전설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조국 통일의 원대한 사명을 안고 남파된 그들이 맡은 임무는 어처구니 없게도 달동네 바보, 록커 지망생, 고등학생이다.

 그들은 가난한 달동네를 배경으로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특히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내 남파임무는 어이없지만 동네 바보입니다."

라고 말하는 남파 특수 공작부대 오성조 제3조장  원류환(김수현),

잠행 중 대표행동강령인

1일 3회 이상 1인 이상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실감나게 넘어질 것.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1회 노상에 소변을 볼 것.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볼 것.

등을 실천하는 늘 초록색 트레이닝 복의 바보 동구 연기로 시선을 끈다.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한 북한 최고의 스파이들을 통해 가족과 평범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독특한 소재와 웃음과 감동이 조화를 이룬다.

긴장감을 더하는 액션 등 다양한 매력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다.

 

 

 

 

 원작이 지닌 따뜻하면서도 비정한 감성에 매료된 장철수 감독은 원작을 두고

 “영화인들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이야기다. 원작 팬들 역시 영화화를 간절히 원했기에 영화화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며,

 영화인들에게는 잘 만드는 것이 숙제”

라고 말한다.

달동네 바보 동구로 스크린 첫 주연에 나서는 김수현 역시 원작을 읽고 캐릭터에 매료되어 1년 가까이 액션 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단다.

 

감독과  배우의 그런 원작에 대한 사랑이 좋은 영화를 탄생하게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삶의 이야기들이 가슴을 따듯하게 한다.

 

 

 

 

나는 김수현을 좋아한다.

그의 가늘고 긴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눈빛이 좋다.

이번 영화에서도 김수현은 그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바보 동구면 동구, 남파공작원 원류한이면 원류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젊은이면 젊은이,

그의 눈빛은 늘 그들을 녹여내고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더해 약간은 건들거리는 이미지로 우리를 사로잡는 록커 지망생  남파간첩 리해랑역의 박기웅,

조장 원류한을 사랑하는 치밀한 일인자 리해진역의 이현우의 연기도 빛난다.

 

 

 

 

드라마 [추적자]를 통해 2012년 SBS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쥔 손현주는 최정예 스파이 3인방을 만든

5446 특수공작부대 총교관 김태원 역으로 분해 명불허전의 명품 연기를 뽐낸다.

촬영 내내 오른쪽 눈동자와 볼에 특수 분장을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손현주는

“이런 분장으로 인해서 우리 영화가 빛난다면 얼마든지 상처를 더 만들 수 있다”

며 명품 배우다운 열정으로 현장의 스탭들을 감동시켰단다.

 또한 북한 최정예 스파이를 수 년 동안 훈련시킨 최고수가 되기 위해 액션 스쿨에 상주하며 생애 첫 액션 연기를 준비했다는 손현주.

그래서  그의 연기는 늘 명품이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까지 오가며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고 있는 배우 고창석 역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기운을 보탠다.

그는 16년째 남한에서 우편배달부로 살아가고 있는 고정간첩 역을 맡아

친근한 남한의 아저씨와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간첩을 연기하며 영화를 한층 풍부하게 해준다.

 

그밖에도  배우 장광은 달동네 최고 어른인 고영감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박혜숙은 친근한 어머니 이미지로 사랑 받고 있는 극에 온기를 더한다.

 

 

 

 

명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감동을 주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거기에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있어 스릴도 넘친다.

북한 최고의 전설인 남파 공작원들이 엮어가는 이야긴데 액션이 없겠는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벌어지는 세 공작원과 특수부대 총교관 김태원의 싸움이 볼만하다.

 

조국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은 있었지만 은밀하기는 하나 위대하지는 않은 명령으로 죽음을 앞에 둔 세 공작원

그들이 극과 극을 달리는 삶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다.

 

 

달동네 작은슈퍼의 주인 아줌마(김혜숙)와 점원 바보 동구(김수현)가 모자가 되어가는 장면처럼

영화 전반에 잔잔한 감동이 있어 좋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 영화를 보면은 그날이 그날같은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