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연

10년 매니아도 30분 전에 와서 기다린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제58회 정기연주회 '브람스를 만나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6. 26. 07:19

 

아주 오래 전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밭,

선선한 가을밤을 수놓았던 KBS 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이 늘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금난새씨가 지휘를 하던 시절이었지요.

클래식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문외한이었지만 그 느낌만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는 걸 보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21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10년 매니아도 30분 전에 와서 기다리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제58회 정기연주회 '브람스를 만나다'에서

다시 그 느낌을 안고 왔습니다.

 

 

 

 

7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하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는 저는 한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라도 들어볼까 싶어서였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공연준비로 너무도 바빴거든요.

사람들은 만날 수는 없었지만 공연을 위해 얌전히 대기하고 있는 악기들은 반갑게 저를 맞아줍니다.

50명의 단원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텅빈 객석에 30 분 전에 오셔서 열심히 팜플렛을 읽고 계신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철산4동에서 오신 그레이스 박이라는 예명을 가진 분이십니다.

예명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포스인 이분은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초창기 공연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공연을 보셨답니다.

"젊어서부터 KBS FM을 들었어요, 그런 제가 광명에 온지 10년이 넘었어요.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제가 일 년에 몇 번 하는 이 공연으로 광명 살맛을 느꼈지요.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공연장의 풍속도 많이 변했지요.

오케스트라도 많이 발전했고 청중들도 완숙해졌지요.

이제는 이 공연이 있는 날은 공연 시간을 집에서 기다릴 수가 없어요.

빨리 와서 옛날도 추억하고 오늘 공연의 내용도 느껴보고 싶어서 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모습입니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다 싶은 저도 공연이 기대가 됩니다.

 

 

 

 

 

 공연시간이 되니 객석은 거의 만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 분 전만해도 텅빈 자리가 걱정이 되었었는데 말입니다.

이번 공연은  초대장 없이 사전에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나 현장에서만 티켓을 사서 온 사람들이라

객석 점유율이 이정도면 성공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

단장 겸 상임지휘자인 김승복 지휘자가  입장하자 박수로 환영하는 청중들입니다.

이 공연을 사랑해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매너도 최곱니다.

 

 

 

드디어 첫곡을 선사합니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입니다.

제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이곡의 느낌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의 아름다운 협연으로  유쾌하고, 생기발랄하고, 위풍당당하고, 장중하기까지 한 그런 느낌말입니다.

 

 

 

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가고 청중들도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에 점점 깊게 빠져들었습니다. 

브람스가 1880년 여름 오스트리아 북부 휴양지 바트 이슐에서 완성한 '대학축전 서곡'  황홀함 속으로 말입니다.

 

 

 

두 번째 무대에 등장한 이분, 아시는 분은 아실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유명하지만 세계무대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스트 김응수씨 입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중이신 김응수씨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빈 국립음대, 그라즈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모두 만점으로 수석 졸업한 수재답게 연주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그의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이루어진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Op.35은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장쾌하다 싶으면 애수 어린 선율이 흐르고

깜짝 놀랄만한 강렬함이 있으면 바로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로 바뀝니다.

그런 연주에 환호하지 않는 청중이 어디 있겠습니까?

청중은 박수에 또 박수를 보내고 김응수씨는 앵콜곡을 다섯 번이나 들려주며 광명시민들을 사랑했습니다.

 

 

 

 

 

 

10분의 휴식을 보낸 후 진행된 2부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이 연주되었습니다.

1부 끝에서 워낙 화려하고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의 곡을 들어서인지 2부의 시작은 조용하고 느리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곡은 브람스가 22세 때 시작해서 43세에 완성한 곡입니다.

대작곡가가 무려 21년이나 걸려서 완성했다니 대단한 곡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냥 느낌으로 듣는 저는 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곡입니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을 의식하면서 곡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친구 헤르만 레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답니다.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라고 말입니다.

그런 그의 부담이 오랫동안 이 교향곡을 썼던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교향곡 1번이 초연되었을 당시 당대의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는

"우리는 드디어 제10번 교향곡을 얻었다"

고 감격해했다는 일화가 있답니다.

베토벤의 불멸의 9개 교향곡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라는 뜻이었답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연주한 '헝가리 무곡'을 끝으로 모든 공연은 끝났지만 관객들은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박수를 보냅니다.

무더운 여름밤을 풍성하게 해준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공연에 큰 박수와 환호는 길게 이어집니다.

 

 

 

박수소리와 환호를 가슴에 담고 밖으로 나와 공연을 보고 나온 김주은(하안북초6)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보았는데 굉장히 웅장하고 멋있었어요.

악장과 악장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을 보니 관객들도 수준이 높은 것 같았어요.

앞으로 이런 공연을 자주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주은 학생도 음악을 감상할 줄 아는 학생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확 날려버리는 멋진 공연을 보고 나니

이런 공연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24(월요일)일 오전에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단장님을 광명시민회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시는 김승복단장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이번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김승복 단장님과의 인터뷰

 

질문 : 이번 공연을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런 멋진 공연을 선물해주신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단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답 :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02년 창단되어 2007년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었고, 200945면 단원을 전원 상임화했습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정기연주회 57, 기획연주 250여회, 초청연주회 100여회를 통해 슈만, 슈베르트 등의 낭만주의와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고전주의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여 교향곡 전문 오케스트라로 평가받은 바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써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과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발레 갈라 콘서트’, ‘정겨움과 새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오케스트라와 국악의 만남 등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또 기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쥬시페 디 스티파노 오페라 페스티벌”,

         KBS찾아가는 음악회, 선운사 산사 음악회 및 청와대 국빈 만찬 연주에 초청되어 그 연주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질문 :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는 참 다양한 공연을 하고 계시는데 현재 단원은 몇 분이고, 파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대답 : 월급을 받는 정규단원이 50명이고 그 외에 고정 객원단원이 있습니다.

         정규단원은 이번 같은 정기공연에는 전원이 참여하고 '모닝클래식'이나 '찾아가는 음악회'등은 그때그때 필요한 연주자들이 참여합니다.

        객원단원은 음악의 형식과 공연방법, 공연장의 규모에 따라 그 숫자가 변합니다.

        파트는 오케스트라 Full편성입니다.  

        현악기로는 바이올린, 하프,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 하프가 있고,   목관악기로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있습니다.

        또 금관악기로는 호른, 트럼펫, 트럼본, 튜바가 있고,  타악기로는 팀파니, 벨, 실로폰, 북, 심벌즈가 있습니다.

 

 

 

 

 

질문 :  그 많은 단원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하고 공연을 하는데 적잖은 경비가 들 것 같습니다. 

         저렴한 공연으로는 어림도 없으실 테고 그 많은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고 계시는지요?  또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실지도 궁금합니다.

대답 : 우리 오케스트라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걸맞게 경제적 이익 우선 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공연문화를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운영이나 공연의 최소한의 경비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하여 일부를 지원 받습니다.

         또 공모사업,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 이벤트 공연 등을 통하여 도움도 받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습니다만 늘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달부터 '광명심포니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오케스트라"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 오케스트라가 27만의 서포터즈단원으로 인해 활성화가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제가 세운 우리 오케스트라단의 서포터즈단의 목표는 인원은 3000명입니다.

  

질문 :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다 싶은 제게 브람스는 어려운 음악이었습니다. 브람스를 만나게 한 이번공연의 성격과 의미는 무었입니까 ?

대답 :  우리 오케스트라는 올해 창단 11 년을 맞이했습니다만 공연은 58회나 했습니다.

         공연은 이번처럼 '정기연주회'가 분기별로 년 4회가 있고, '모닝클래식'은 월 2회, 그리고 '찾아가는 음악회'가 있습니다.

         '찾아가는 음악회'나 '모닝 클래식'은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초보자도 쉽게 클래식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데 목적이 있다면

         '정기연주회'는 매니아들을 위한 심도있는 공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브람스는 건축학적이라할만큼 탄탄한 구성으로 곡을 쓴 작곡가입니다. 그래서 클래식을 보는 기량을 높이는데 아주 좋은 곡입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관객들에게는 깊은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겁니다.

 

 

 

 

질문 : 앞으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답 : 공연을 안하는 오케스트라는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연주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음악적인 역량을 높이고, '모닝클래식' 과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통하여 클래식 저변 확대에 힘 쓸 것입니다.

        또 교육 사업을 통해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까지 학생들에게  질 높은 음악교육을 지원하겠습니다. 그 지원 사업으로 자란 학생들이 음대를 졸업하고

        다시 우리단원이 되도록 순환구조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일정과  티켓 구매, 서포터즈 지원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gsymphony.org/

 

 

단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는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물론이고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교육사업까지 말입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으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행복했던 밤과

음악에 대해 조금은 눈 뜨게 해준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단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