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원주에 있는 박경리문학공원을 다녀왔다.
비 주룩주룩 쏟아지는 날에 찾은 공원은
평사리에서 간도 용정까지의 삼천여리를 무대로 하여 펼쳐진 대하소설 <토지>의 깊은 뜻이 옮기는 걸음마다 느껴졌다.
박경리문학공원은 박경리선생의 옛집과 뜰, 집필실을 원형대로 보존하였고, 주변공원은 소설 <토지>의 배경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3개의 테마공원 <평사리마당, 홍이동산, 용두레빌>로 꾸며져 있다.
주차장 입구에 마련된 박경리문학의 집은 대문호의 일상과 삶의 자취는 물론,
평생을 집대성한 거대한 문학의 산맥을 한자리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북까페는 1층은 선생에 관한 책자는 물론 다양한 서적을 몰 수 있고,
2층은 최희웅 선생이 평생 동안 수집한 일제 강점기 교과서와 자료들을 기증받아 토지의 주요 시대적 배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박경리문학공원 구경을 소설이 시작되는 경상남도 하동 땅 평사리 마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곳에서 시작했다.
섬진강을 나타내는 맑은 개울, 선착장, 둑길 등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평사리마당에 있는 물 먹은 꽃이 아름답지만 짠하다.
토지의 배경이던 옛날에도 평사리에 이런 꽃이 피었을까?
그런 아름다운 평사리마당의 길을 따라 들어가면 선생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의 삶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글에서 이곳이 선생에겐 고향 같았던 모양임을 느낀다.
1980년부터 1998년까지 살면서 소설 <토지> 4, 5부를 집필한 선생의 옛집으로 들어가 본다.
비에 젖은 박경리선생의 동상 너머로 보이는 옛집은 안타깝게도 수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다.
원래는 선생이 텃밭을 일구고 난 후 즐겨 앉던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지만
비에 젖은 동상은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로서의 선생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들어가 보지 못한 섭섭함을 이 도면으로 풀어본다.
선생은 18년의 성상을 저 서재에서 책을 읽고 집필실에서 글을 썼으리라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서 말이다.
옛집 현관문 옆에는 선생이 손주들을 위헤 손수 만든 연못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무리 훌륭한 소설을 쓴 작가라도 손주들이 귀여운 것은 여느 할머니와 같은 모양이다.
선생이 자주 앉던 바위에 육필원고를 복원해 놓았다.
원고지에서 보는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 좋다.
옛집 뜰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조금 넓적한 공간은 선생이 손수 일구던 텃밭이었던 것 같다.
유난히 큼지막한 돌들이 많은 공원은 선생이 글을 구상하던 돌인 것 같아 다정하다.
옛집 뜰의 비 맞은 봉숭아를 보니
'울 밑에선 봉선화야 내 모습이 처량하다'
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생각나면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토지>에서 압박받던 우리민족이 생각이 난다.
멀리 보이는 건물이 북까페 건물이다.
서늘한 바람 부는 가을 오후에 북까페 1층에서 선생의 책을 빌려
이 돌에 누워 책을 읽으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비 내리는 날에도 시를 읽는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박경리문학공원,
그곳의 구경꾼이 되었다는 게 행복하다.
선생의 어렵지 않은 생활 속의 시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박경리문학공원
그곳에는 또 다른 시가 있어서 아름답기도 하다.
2013년 시산문 작가회 특별전이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은 2010년 제5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탔던 경력답게 아름답다.
비 내리는 날이라 곳곳에 있는 의자도 앉을만한 돌도 모두 비어있었지만
그런 날만의 고즈넉함이 있어서 좋았다.
비록 박경리문학공원의 두개의 테마공원 '홍이동산' 과 용두레벌'을 쏟아지는 비 때문에 보지 못하고 온 것이 섭섭하긴 했지만 말이다.
박경리문학공원의 또 하나의 건물 '박경리문학의 집'에 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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