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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훌륭한 작가가 이루어낸 쾌거가 돋보이는 감성마을,

렌즈로 보는 세상 2013. 5. 28. 08:11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깊고 깊은 산속

물 맑아 산천어가 살고 있고

 공기 깨끗해서 푸른빛이 더 고운  곳에 조성된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훌륭한 작가를 위해 지자체가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사뭇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작가들이 있고, 그 중에는 훌륭한 작가들도 많다.

그런 훌륭한 작가들 모두가 다 이런 대단한 지원을 받아 문학관과 보금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외수작가는 작품으로 이루어낸 쾌거 못잖은 쾌거를 이 감성마을로 이루어낸 셈이다.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한 그의 글이 새겨진 비석들은 깊은 골짜기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서 문학관을 지나 집필실인 사저까지 이어진다.

물소리를 들으며  미사여구로 된 그의 글을 읽는 것만해도 이외수문학관을 찾은 보람이 있는 길이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계곡에 세원진 비들에서 그의 선문답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일몰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시를 읊으면서 도착한  감성마을은 콘크리트로 지은 현대식 건물인  문학관과

한옥으로 지은 강당,

작가의 집필실인 살림집으로 이루어져있다.

 

 

 

 

 

 

이외수문학관은 나뭇결이 살아있는 질감을 한 콘크리트 벽에 독특한 감성의 글씨로부터 시작한다.

이 문학관이 아름다울 거라는 것을 이곳은 말해준다

 

 

 

 

안으로 들어가봐도 어느 한 곳도 허술하게 꾸며진 곳이 없다

책을 한 권을 놓아두어도 그 느낌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살아있고

창문을 이용한 책장도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남았다.

 

 

 

그가 집필을 할 때 외부로 부터 스스로를 단절하기 위해 닫아두었던 문도 하나의 작품으로 문학관을 채웠다.

각고의 노력 끝에 희망을 맛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시선을 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힘든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의 사진도

작품 전시장에 걸린 사진처럼 멋지게 걸려있다.

 

 

 

 

영상실에서는 쉼없이 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1946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모두를 말이다.

 

 

 

 

 

 

그의 독특한 당선소감들도 눈길을 끈다.

이런 간결하지만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글들을  볼 때 나는 더 작아짐을 느낀다.

 

 

100여권의 그의 작품집들을 만나보는 공간도 있다.

 

 

 

 

 

 이외수 문학관,

 그곳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은 그의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런 아름다운 그의 그림들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의 그림은 이렇게 그려진다니 글 못지않은 타고난 감성이다.

 

『번개를 잡아채는 순간에 한 그림이 나와야 합니다. 시간도 멈춰버린 그런 시간에 그려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봉익필(닭의 날개로 만든 붓)이 대단한 겁니다. 새벽에 홰를 치는 닭, 그 순간 닭은 닭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봉이거든요.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주고 따져서 그린 것이 어디 그림이 되겠습니까.』

 

 

 

 

 

마치 선문답을 하는 것 같은 그의 그림들을 나는 너무 좋아한다.

그의 그림들이 글과 만났을 때의 그 아름다움은

내 아둔한 글솜씨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2003년도 월간 <풍경>에 연재했던 그림들

그의 글을 보면 더 아름다운 그림이다.

 

 

마음을 비우면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누가 믿으랴

젊은놈들은 모두 구정물처럼 혼탁해진 도시로 떠나 버리고

마을 전체가 절간처럼 적요하다

기울어지는 여름풍경 속에서

하루종일 허기진 그리움으로 매미들이 울고 있다

평상에 홀로 앉아 낮술을 마시는 노인의 모습

이따금 놀빛 얼굴로 바라보는 먼 하늘이 청명하다

인생이 깊어지면 절로
구름의 거처를 묻지 않나니

누가 화답할 수 있으랴

부처가 연꽃을 들어 보이지 않아도

노인이 먼저 입 가에 떠올리는 저 미소

- 이외수 -

 

 

 

 

 

동자가 먹을 갈다 스승에게 물었다
이 세상 어디에 선계가 있습니까
스승은 말없이 먹을 찍어
중천에 두둥실 보름달 하나를 걸어두고
텅 빈 화선지 속으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 이외수 -

 

 

 

 

일상에서 흔히 보는 나무젓가락도 그의 감성을 만나면 이런 멋진 작품으로 승화되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천제는 천제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귀천을 노래한 시인 천상병은 이외수를 동생으로 불렀단다.

 

 

 

 

수많은 그의 친필 원고도 전시되어있다.

컴퓨터 좌판 글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깨알같은 손글씨로 쓴 원고는 색다른 볼거리이다.

 

 

 

 

대작을 위해 준비해둔 공작의 깃털로 만든 붓이 시선을 끈다.

이 붓으로 그린 그림은 언제나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문학관 앞뜰에도 이런 시비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아름다운 글에 가슴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또바기 독서회 문학기행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문학관에서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다.

임원진이 미팅을 조율을 했지만 제대로 되지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끼리 둘러보고 그곳을 떠날무렵 이외수씨는 돌아왔고

우리일행은 책에 싸인을 받아오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독자로서 욕심을 부리자면 우리일행이 바쁘다고 하더라고

작가님은 짧게나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인기있는 작가이자 트위터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외수씨,

요즈음 이런저런 이야기로 그의 명성에 약간의 금이 간 것도 같지만

 아직 사람들의 사랑의 온도는 뜨겁다.

문학관 곳곳에는 이런 메모지로 가득한 걸 보면 말이다.

 

 

땅을 주고 집을 지어준다고 그 공간이 아름답지만은 않겠지요.

그 공간을 꾸미는 주인의 감성이 아름다울 때 그곳은 빛이 나지요.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은 그래서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