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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관에서 그의 체취를 느끼다.

렌즈로 보는 세상 2012. 11. 14. 08:55

 

 

 

늦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일요일,

봉평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을 찾았다.

이효석의 표현처럼 '달밤에 소금을 뿌려놓은 것같은' 메밀꽃 흐드러지게 핀 날은 아니었지만

비가 내려서 운치는 있는 날이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며 이효석의 아름다운 문장에 빠지고

허생원의 순수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마는요

 저도 밤 새워 읽고 또 읽었지요.

 

그런 이효석문학관을 찾은 날

그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들어보고 싶었지만

가족여행이라 단합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제대로 된 관람을 하지 못했네요.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전시실만 후딱 보고 나왔네요.

그곳에서 보았던 이효석의 친필 원고와 생전의 그의 창작실을 재현한 창작실,

다양한 '메밀꽃 필 무렵'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전시실에 들어가면 바로 이효석의 생애와 그의 품세계를 보여주는 영상실이 있지만 시간상 들어가는 것도 생략하고,

1907년 2월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본마을 창동리에서 태어나 1942년 36세에 돌아가실 떄까지 의 이효석의 연보는 좀 자세하게 보았네요.

 

가산 이효석은 명문의 글들을 남겼지만 참 불행한 삶을 살다가 간 것 같네요.

36세란 짧은 생을 살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넷이나 두었지만

막내도 먼저 보내고 아내도 먼저 보냈으니 말이지요.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먼저 보냈으니 없던 병도 생겼을 것 같네요.

 

 

 

 

가산 이효석의 친필 원고와 작업실.

펜 촉에 일일이 잉크를 묻혀 글을 써 내려가는 젊은 작가의 고뇌가 그려진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천재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이효석같은 작가는 말이다.

그런 천재가 글을 쓰느라 안경을 쓰고 지금처럼 방도 따뜻하지 않은 불 지핀 방에서 글을 쓸 때 그 등과 손은 얼마나 시려웠을까?

 

 

 

 

 

 

 

요런 중절모에다 양복을 입고  동그란 테의 안경을 쓰고 외출하는 이효석의 모습은 영락없는 그 시절 지성인의 모습일 게다.

 

 

 

전시실에서는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시대별 다양한 출판본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우리 아버지가 즐겨 쓰시던 모밀이란 말이 너무 정겹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빛바랜 그의 오래된 글들을 볼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그늘에 가려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북극점경' 이나 '남방비행기타' , '돈' 등 다양한 글을 그가 썼다는 걸 모르고 있었으니 부끄럽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을 하는 공간이 많다.

시간이 많다면 찬찬히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전시실에는 이효석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염상섭 등의 작가들의  작품집도 전시되어 있어

그 시대의 책들에 대해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메밀꽃 필 무렵'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를 가슴에 품고 동이와 함께 돌던 봉평장터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 정겹다.

특히 봉평장은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의 사랑이 이루어진 곳이라 허생원에게는 더 애틋한 장터였을 것이다.